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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문숙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대한산업미술가협회와 공동으로 '성과 디자인(Gender & Design)'이란 주제로 특별공모전을 실시했다.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을 통해 젊은 대학생들의 양성평등 의식을 알아보는 행사였다.

대부분 평등과 나눔이라는 큰 틀에서 양성평등을 아우르는 주제가 많았지만 입선작 중에 성폭력과 성매매 예방에 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려낸 많은 작품 가운데 한 학생이 그린 이 작품은 가냘픈 소녀가 우산을 쓰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는데 그림 아래에 '겉으로 흐르는 눈물은 언제든지 닦아 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눈물은 그 누구도 닦아줄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이 문구를 통해 성폭력 피해 아동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이 성폭력 피해 아동의 상처에 가슴 아파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동성폭력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2009)를 봐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아동성폭력 피해가 37% 증가했고 미성년자 가해자도 2005년 3.6명 정도였던 것이 2008년에 7.4명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동은 건강한 어른과 같이 있어야 한다. 너무나도 상식적인 말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생각해보고 어린 시절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건강한 어른과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아동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피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면 말로는 아이들에게 늘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웃의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우리의 자녀들과도 교감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더 이상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잔인한 아동성폭력을 보고 싶지 않다. 타성에 젖은 아동 보호가 아닌 우리의 의식변화와 교육을 통해 아동성폭력을 예방해나가야 한다.

아동이 건강하게 보호받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아닌 우리 사회 어른들이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동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아동이 안전한지 등에 대해 어른이 먼저 알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예방이다.

또 아동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특정 집단의 문제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아동성폭력의 문제는 어느 특정집단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동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 부처를 비롯한 많은 전문기관이 노력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부 부처에 따라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추진 방향이나 내용이 다르며 심지어 용어조차도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관련된 전문기관끼리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동성폭력 예방을 위한 통합적인 예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 예방교육과 함께 아동에게 유해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력도, 수시로 일간지의 지면을 차지하는 아동 성폭력도 사건을 들여다보면 아동들의 주변 환경이 아동 성폭력과 얼마나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동 성폭력을 유발하는 가정폭력, 방임, 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물리적인 위험 요소를 없애고 아동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아동 성폭력 예방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다.

어른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 각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 그리고 아동 유해 환경 개선 등은 누구 한 사람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른들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적절한 예방 교육을 통해 하나가 돼 아동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아동들도 어른들을 신뢰하는 가운데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아동과 어른간의 신뢰 형성은 성폭력 예방과 더불어 세대 간의 화합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새삼 이 속담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