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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배희경,프로 언니들 제쳤다

【포천(경기도)=이지연기자】 '아마추어' 배희경(18·남성여고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LIG클래식(총상금 3억원)'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9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파72·6494야드).

이날 오전부터 자욱한 안개가 코스를 덮은 데 이어 하늘이 구멍난 듯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끝에 낮 12시에 3라운드 경기가 취소됐고 배희경은 2라운드까지 적어낸 7언더파 137타의 기록으로 행운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마추어 선수가 국내 여자프로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년 9월 11일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지애(22·미래에셋) 이후 4년11개월 18일 만의 일이다.

배희경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3년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하기 전까지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매일 아침 축구를 할 만큼 축구에 푹 빠져 있었던 배희경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어머니와 이모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고 지난해 파맥스배에서 첫 우승을 한 뒤 아마추어 무대에서 3승을 더 거두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배희경의 장점은 신장 160㎝로 단신에 속하지만 평균 260야드에 달하는 시원한 장타. 쇼트 아이언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배희경은 프로 대회 두 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배희경은 "장타를 내는 비결은 잘 모르겠다.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부터 드라이버 샷이 재미있었다"며 "100야드에서 130야드 사이의 컨트롤 샷도 자신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샷감이 좋아 버디를 많이 잡았고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배희경은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게 돼 기분이 좀 그랬는데 오늘 우승하면서 아쉬움을 씻었다"며 "사실 안경을 쓰기 때문에 비가 내릴 때는 불편하고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 편인데 오늘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기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재미 동포'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을 좋아하는 배희경의 목표는 앤서니 김처럼 볼을 재미있게 치는 선수가 되는 것.

이번 우승으로 KLPGA 정회원 자격을 얻게 돼 올해 말 시드전을 거쳐 내년부터 프로 무대를 밟게 된 배희경은 "아직 프로 언니들과 비교하면 퍼트가 많이 부족하다"며 "올해 말 KLPGA 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 내년에 정규 투어를 뛰고 싶다. 더 멀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배희경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한정은(17·중문상고3)도 2라운드까지 적어낸 5언더파 139타의 성적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국내 여자 프로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1,2위를 한 것은 2004년 9월 하이트컵 여자오픈에서 당시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박희영(23·하나금융)과 경화여고에 재학 중이던 안선주(23·범양)가 연장전을 벌여 1, 2위에 오른 이후 두 번째다.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신애(20·비씨카드)도 조영란(23·요진건설)과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최근 6개 대회 연속으로 '톱 5'에 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영란과 함께 1, 2위 상금을 반으로 나눠 4725만원을 받은 안신애는 시즌 상금 4억원을 돌파(4억508만원)하며 2억6243만원을 기록한 2위 양수진(19·넵스)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상금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easygolf@fnnews.com

■사진설명=29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린 KLPGA 투어 LIG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배희경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