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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 본다] (3부) 대륙속의 한국기업 ④ SK (상)

【베이징·상하이(중국)=김성원기자】 "중국은 가능성이 큰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한 시장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한국과 중국이 별개가 아닌 하나의 시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SK사보에 실린 '2010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밝힌 대(對) 중국 시장관이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SK그룹은 지난 7월 SK차이나를 출범시키며 이를 앞으로 10년이 아닌 100년 기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SK그룹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전인 1991년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어떤 그룹도 예상치 못한 현지 사무소를 베이징에 설치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결국 외교상의 문제를 고려, 연기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SK의 대륙 선점 야망은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더구나 최 회장이 그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미국이나 유럽 등 소위 구미 선진국이 아닌 중국 베이징 소재 국제학교에 유학을 보낸 것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SK그룹이 베이징 시내 젠와이다제(建外大街)에 4000억원을 투자해 마련한 35층 규모의 'SK타워(SK大厦)'는 말그대로 '차이나 인사이더'를 지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세계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의 노력은 충분하지 못했다"며 " '차이나 인사이더' 노력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차이나 인사이더'는 지난 2005년 항저우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때 정립된 중국사업 전략을 일컫는 말로,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해 중국을 수출 시장이 아닌 내수 시장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상징하듯 중국의 수도 베이징 한가운데, 그것도 무역·금융 중심지에 우뚝 선 SK타워의 외벽에는 서울에 있는 SK 빌딩의 로고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크기로 'SK 행복날개'가 설치돼 있다.

이 건물에 그동안 베이징 시내에 흩어져 있던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차이나 등 7개 계열사들을 모아 중국내 사업 시너지를 대폭 높였다고 설명한다.

SK차이나 현지 홍보 및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맡고 있는 쿠밍 팀장은 "올해 초 준공된 이 건물에는 60여개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며 "근처에 중국삼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대기업 및 관련 기관들이 밀집해 SK타워 일대가 한·중 경제교류의 거점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SK차이나의 출범은 역설적으로 최태원 회장의 오랜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에너지와 이동통신 이외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데 골몰해온 최 회장의 최근 화두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가속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CEO 세미나 때도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과 상품을 그대로 가져가는 공급자 중심의 중국사업 접근법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중국 공략 전략의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수요자 중심의 중국 사업을 추진하려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스피드' △중국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성' △글로벌 '실행력' 등 3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은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과 자원을 공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한국사업이 아니라 한국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그룹은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특히 3대 신성장 신규사업 분야에 향후 10년간 총 17조5000억원을 투자해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SK그룹 권오용 부사장은 "SK차이나를 통해 중국 중심의 인력과 전략을 갖고 사업을 추진,중국 내에서 재투자가 이뤄져 선순환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신성장동력 분야인 신에너지, 석유화학,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도시개발, 환경사업 등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첫 출장지로 주저없이 중국행을 택했고, 거의 매달 '에어 차이나'에 오르고 있다.
베이징 'SK타워' 35층 맨꼭대기에 있는 그의 집무실도 주인을 기다리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시 떠오르는 붉은 별' 중국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비상을 위한 새로운 도약대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win5858@fnnews.com김성원기자

■사진설명=29일 중국 베이징 시내 젠와이다제에 위치한 'SK타워(SK大厦)'의 'SK' 로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