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옹진군의 서북쪽 해역에는 이른바 '서해 5도'가 있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가 바로 그것. 그 가운데 민간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우도 대신에 소연평도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서해 5도의 여러 섬에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해안 절경이 즐비하다. 백령도의 두무진 기암과 콩돌해변, 대청도의 모래사막과 사탄동해수욕장, 소청도의 분바위, 연평도의 가래칠기 해변과 빠삐용바위, 소연평도의 얼굴바위 등의 해안 절경은 머나먼 뱃길의 수고로움을 모두 갚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관광객들의 감소로 지역경기가 위축돼 각 지자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이곳을 추석연휴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인정이 살아 있는 서해 5도로 떠나보자.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사곶해수욕장
옹진군 최대의 섬인 백령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 여덟 번째로 크다. 용기포 선착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에게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391호). 폭 200∼300m, 길이 3㎞의 백사장 전체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규조토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비상시에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로 백사장이 단단하다.
용기포 선착장의 오른쪽 해안에도 아주 근사한 비경이 있다. 선착장 초입에 자리한 해경 백령출장소 옆의 철계단을 지나 10여분만 걸으면 즐비한 기암절벽과 아담한 몽돌해변이 인상적인 '등대해안'에 도착한다. 등대가 서 있는 용기원산(136m)과 용기포 선착장 사이에 위치한 이곳 해안에는 커다란 해식동굴이 형성돼 있어 풍광이 다채롭다.
백령도 제일의 해안 절경은 서북쪽 끝의 두무진으로 가야 볼 수 있다. 두무진은 장산곶의 닭울음소리가 들릴 만큼 북녘 땅과 가까운 곳이다. 두무진 포구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서 10여분쯤 걸으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올 만큼 웅장한 해안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숱한 세월 동안 비바람에 마모되고 파도에 깎여나간 선대암,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형제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서해의 해금강'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두무진 해안은 현재 국가문화재인 명승 제8호.
두무진 해안과 정반대편의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남포리 콩돌해변도 백령도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길이 1㎞가량의 해변 전체가 콩처럼 자잘한 돌로 가득하다. 돌의 크기와 모양이 진짜 콩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 백령도에 흔하게 분포된 규암이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에 깎이고 씻겨서 콩돌로 다듬어졌다고 한다. 돌의 색깔도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청록색 등으로 매우 다채롭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산책하기에는 아주 그만이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백령도 두무진과 북한 장산곶 사이에는 심청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다. 심청각에서는 시야 좋은 날 아침이면 북한 땅의 아스라한 산줄기 위로 시뻘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광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백령면사무소(032-836-1771)
■도보여행, 하이킹이 제격인 대청도
대청도도 면소재지 섬이지만 면적은 12.63㎢, 해안선의 길이는 24.7㎞로서 백령도의 4분의 1 정도. 그래서 오히려 도보여행이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 제격.
대청도 해변에는 대부분 모래가 깔려 있다. 대청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인 지두리해변을 비롯해 사탄동해변, 답동해변, 농여해변, 옥죽동해변 등이 모두 모래해변이다. 옥죽동해변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형성된 모래사막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지두리해변에서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어서면 사탄동해변이다. 해수욕장으로 내려서기 직전의 고갯길에서 바라보면 해수욕장 주변의 지형이 마치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바다에 엎드려 있는 듯한 형상이다. 새의 오른쪽 날개 앞에는 아담하고 깨끗한 사탄동해변이 펼쳐져 있다. 길이 1㎞, 너비 100m쯤 되는 사탄동해변 근처에는 우리나라 최북단의 동백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66호)가 있다.
대청도 남쪽에 위치한 소청도는 전체 면적이 대청도의 4분의 1쯤이다. 그곳에도 간과할 수 없는 해안절경이 있다. 특이하게도 온통 하얗게 분칠을 해놓은 듯한 분바위가 그것이다. 달빛을 받으면 하얀 띠를 두른 것 같다고 해서 '월띠'라고도 불리는 분바위는 사실 6억∼10억년 전쯤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기도 한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및 분바위'는 모양이 아름답고 보존가치가 높아서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됐다.
소청도 서쪽 끝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는 소청도등대가 서 있다. 1908년에 세워진 이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등대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대청면사무소(032-899-3616), 소청출장소(032-899-3409), 소청도등대(032-836-3104)
■대중교통 없는 연평도 걷기엔 제격
연평도는 '조기섬'이다. 조기를 빼놓고서는 연평도를 이야기할 수 없다. 조기가 사라져버린 지금은 '꽃게섬'이 됐지만 연평도 역사에서 조기의 역할은 꽃게와 비교할 수도 없이 크다. 연평도 조기잡이는 조선 인조 때의 명장 임경업 장군이 처음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임경업 장군이 어살법으로 조기를 잡았다는 안목어장은 오늘날 연평면 사무소가 자리한 마을의 앞바다이다. 연평도 일주여행에 나섰을 때 맨 먼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당섬, 책섬, 작은지리 등의 작은 섬들에 둘러싸인 어장은 호수처럼 얕고 잔잔하다. 이곳에서는 썰물 때 조개, 게, 낙지 등을 아이들과 함께 직접 잡아보는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안목어장의 북동쪽 바닷가에 우뚝한 언덕에는 망향전망대가 있다. 연평도에서 북한 땅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곳이다. 오늘날 연평도 주민의 70%가량은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들이다. 한국전쟁 때 잠시 피난살이 왔다가 여태껏 돌아가지 못한 채 눌러 살고 있는 것이다.
'대연평도'라고도 불리는 연평도의 면적은 7.295㎢에 불과하다. 면적이 좁고 택시나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외지관광객들은 두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연평도를 둘러보는 수밖에 없다.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걸어도 1박2일이면 다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면사무소(032-899-3450)
/mskang@fnnews.com강문순기자
■사진설명=사람의 옆 얼굴을 쏙 빼닮은 얼굴바위가 있는 소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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