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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수 앞바다 ‘이순신대교’ 최첨단 기술 랜드마크

【여수·광양=김명지기자】 “이순신 대교는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순수 국산기술과 자재로 국내 기술진이 시공하고 있는 토종 한국형 현수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해상 특수교량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대림산업 김종인 사장)

오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를 앞두고 한국을 알릴 초대형 현수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순신대교’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지난 8일 오후 전남 여수시 율촌면 여수공항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광양 방면으로 달린 지 30여분. 항만대로에 오르자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광양항 너머로 우뚝 솟은 두개의 주탑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주탑,콘크리트 구조물론 세계 최대·최고

이순신대교의 주탑은 해발 270m로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까지 세계 최고 높이인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254m)보다도 높고 서울 여의도의 63빌딩(240m)보다도 30m나 더 높다. 바다에서 교량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고 86m, 평균 71m로 다리 밑으로 초대형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해상의 소형 콘크리트 인공섬 위에 세워진 주탑에 오르기 위해 육지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철망으로 설치된 호이스트(작업용 리프트)로 5∼7분이나 걸렸다. 주탑에 오르자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왼쪽으로는 여수의 묘도를 넘어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불빛이 보였다. 오른쪽 광양 방면으로는 광양제철에서 뿜어져 나오는 뽀얀 수증기와 광양항에 운집한 초대형 선박들이 장난감 배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대림산업 서영화 현장소장은 “주탑을 높이고 교각 사이의 거리(경간장)를 넓힌 것은 광양항을 이용하는 대형 수출컨테이너선이 여유 있게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1개)급의 컨테이너선박 2대가 동시에 왕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로 다리 길이는 주탑 양쪽에 있는 측경간장 길이(715m)를 합쳐 2260m다. 이 가운데 주탑과 주탑 사이 경간장은 1545m로 국내에서 최대, 세계적으로는 네번째다.

■한국의 랜드마크로 우뚝

한국적인 미를 최대한 살린 교량 디자인은 이순신대교의 또 다른 매력이다. 2012 여수엑스포에서 이순신대교는 ‘한국적인 미’와 ‘이순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 전망이다.

이순신대교의 주경간장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1545년)의 숫자다. 서 소장은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협 여수 앞바다에서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라면서 “세계 최고라는 점과 역사적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는 명소(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2012년 5월에 개최되는 여수엑스포를 감안해 준공 시기를 2012년 4월로 당초보다 6개월가량 앞당기기 위해 매일 24시간 현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순신 대교로 특수교량 기술 자립”

이순신 대교는 공사 규모뿐 아니라 건설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 건설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5개국(미국·중국·일본·영국·덴마크 )만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특수교량 공법을 완전 국산화해 ‘기술자립’을 이뤘다.

대림산업 엄진우 토목사업본부 상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현수교가 수입산 부품을 넣은 교량이었다면 이순신대교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드는 교량”이라며 “국내의 특수교량 건설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탑 건설에는 슬립 폼 및 헤비 리프팅 공법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거푸집을 유압 잭을 이용해 위로 끌어리면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으로 공기 단축은 물론 품질도 우수하다.

교량 상판은 중간에 바람 길을 낸 ‘트윈 박스 거더’를 채택했다. 초속 90m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초당 44m의 태풍 2개가 한꺼번에 몰려와도 끄떡 없다.

대림산업은 오는 11월부터 4만t의 대교 상판을 지탱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건설한 현수교의 케이블 가설 작업은 주로 일본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국산기술만을 사용한다. 직경 5.35㎜의 초고강도 강선 1만2800가닥을 하나씩 촘촘히 엮어 만든 케이블은 메인 케이블 하나의 무게만 1만2700t에 달한다. 광안대교에 쓰인 케이블의 무려 3배에 달한다.

대림산업 김종인 사장은 “이순신대교의 성공적인 건설을 통해 현수교 등 특수교량의 기술 자립을 이뤄 해외 관련공사 수주에도 적극 뛰어들 것”이라며 “내년 이후 발주 예정인 터키의 제3보스포러스대교와 사장교인 베트남 밤콩대교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jkim@fnnews.com

■사진설명=전남 여수와 광양을 연결하는 이순신대교(현수교)의 핵심구조물인 주탑은 해발 높이 270m로 콘크리트교량 중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이 교량을 완전 국산 기술로 건설, 기술 자립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주탑이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