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이는 뿌리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협성회(삼성전자 1차 협력사 모임)는 ‘연리지’를 연상케 하는 상생 관계다. 온나라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이 핫이슈로 부상한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협성회는 지난 30여년간 산업계 ‘연리지’처럼 묘목에서 아름드리 거목으로 동반 성장해왔다.
이런 협성회의 수장을 지난 10여년간 맡아온 이세용 협성회장(이랜텍 대표이사). 그는 시종 삼성전자를 ‘모기업’이라 부르면서 강한 운명공동체 의식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단순한 거래 대상이 아닌, 협력사를 존재하게 하는 ‘모태’로 여긴다는 얘기. 30세에 이랜텍을 창업해 무려 30여년간 삼성전자와 동반 성장해온 이 회장은 또다른 상생을 꿈꾸고 있다.
그는 “삼성과 상생(相生)을 넘어 상성(相成)을 지향한다”면서 “삼성전자와 협성회가 지난 30년의 우정을 도약판 삼아 다가올 30년의 동반 성장을 위해 상생경영을 실천해야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27일 경기 화성시 동탄면 이랜텍 본사 집무실에서 이세용 회장을 만나 ‘30년 우정의 상생스토리’를 찬찬히 들어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왜 필요한가.
▲좋은 부품 기술을 가진 협력사가 많아야 대기업인 세트(완제품)업체도 좋은 거다. 반대로, 세트업체가 물건을 많이 팔아야 협력사도 좋은 거다. 모기업인 삼성전자가 지속 가능한 상생 생태계를 만들고, 협력사도 보조를 맞춰야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모기업과 협력사는 ‘상생’을 넘어 ‘상성’을 해야 한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협성회와 삼성전자의 관계는.
▲협성회는 초기 40∼50개 협력사로 시작했다. 현재 148개 정도 된다. 협성회에 들어오려면 적정한 거래 규모와 기반이 있어야 한다. 초기 협성회 회원들은 연간 1억∼2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정도였다. 그후 삼성전자와 원활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정보교환, 공동 기술개발 등을 통해 동반 성장했다. 이제 1조원 매출의 협력사까지 등장했다.
―협력사가 보는 삼성전자는 어떤 기업인가.
▲초일류기업이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삼성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기술력이 높은 게 장점이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 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상생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상반기에 협력사를 둘러보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삼성의 상생방안이 나왔다. 오래전부터 이건희 회장이 말한 ‘협력사를 사장님처럼 모셔야 한다’는 말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삼성전자의 상생방안은 자금 지원을 비롯해 기술개발 지원, 사급제, 교육 지원 등 협력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상생방안이라 생각한다.
―삼성전자와의 상생협력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면.
▲원가혁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랜텍의 주력 사업인 배터리 팩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라인에 20∼30명이 일했다. 이를 하나의 라인에 3∼4명이 일할 수 있도록 혁신했다. 응당 원가가 절감됐다. 이런 혁신노하우는 일본 히타치에도 수출됐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1∼3차 협력사간 상생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1차 협력사도 2∼3차 협력사와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야한다. 그래야 동반 성장할 수 있다. (나도) 전엔 2차 협력사 사장을 자주 만나지 않았다. 이제 분기 또는 1년에 두번 정도 만나겠다.
―상생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비춰질 수 있다. 상생을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은.
▲상생은 모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협력사도 차별화된 기술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모기업과 지속 가능한 거래가 가능하다. 4∼5년 전에 협성회가 ‘1사 1기술’ 운동을 펼쳤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랜텍은 어떤 회사인가.
▲30세에 수원의 판자촌 같은 곳에서 7∼8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거기서 보온밥솥 절연제를 개발했다.
그러던 중 주요 거래처의 부도로 위기에 빠졌다. 평소 신용을 쌓은 덕에 주위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향후 세계 팩시장에서 ‘히든 챔피언’이 되고 싶다.
/hwyang@fnnews.com양형욱 예병정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