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국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게임이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 한국이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 국제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반면 G20 정상회의가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된다면 한국은 '주요 8개국(G8)이 아닌 나라가 의장국을 맡아서 실패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의 어깨는 무겁다. G20 정상회의에서 그의 역할은 회의에서 다루는 주요 의제들을 각국 정상을 대리해 조율하고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전 교섭대표(셰르파)다. 등반가들을 히말라야 정상으로 안전하게 안내하는 셰르파와 같은 역할을 이 단장을 비롯한 각국의 교섭대표가 하는 것.
이 단장은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를 G20 정상회의에 의제화시키는 등 의장국의 사전 교섭대표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개발도상국의 구체적인 개발지원방식을 정하는 개발의제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정망(GFSN) 구축 방안에 대한 논의를 뜻한다.
개발의제와 관련, 이 단장은 G20 비회원국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각국 정상은 물론 장관과 고위공무원 등을 만났다. G20 정상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G20 비회원국의 의견까지 수렴해 균형 잡힌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방식을 기존의 자금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의 자체 성장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쪽으로 이끌어 결론을 내렸다.
이 단장은 "G20 회원국들은 그동안 수차례 열린 재무장관 회의나 세르파 회의 등을 통해 준비과정에서부터 의견이 많이 반영돼 자연스럽게 중추적인 입장이 되겠지만 비회원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비회원국 차별 없이 적극적인 대화와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선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에도 이 단장의 역할이 컸다.
이 단장을 비롯한 G20 준비위원회의 노력으로 지난 9월 초 탄력대출제(FCL) 개선 및 예방적 대출제도(PCL) 도입 등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은 1차 성과를 거둔 상태다. G20 정상회의는 지역 안전망과 IMF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추가대출제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 단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안전망 논의가 내년까지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내년 G20 의장국인 프랑스가 주요 의제로 선택한 국제금융제도 개혁에서 금융안전망을 주요 과제로 정한 것 역시 한국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단장은 의장국의 사전 교섭대표로서 성공적인 역할 수행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매일 각국의 정상회의 준비팀과 연락해 사전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위기에서 글로벌 시장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정상회의 참가국들이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는 분위기가 있지만, 자칫 참가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게 되면 합의는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oddy@fnnews.com예병정기자
■이창용 G20 준비委 기획조정단장 약력 △50세 △충남 논산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박사(경제학)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방문교수 △세계은행 객원연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 위원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 인수위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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