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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만나지 말았어야하는 두남자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들은 모른다. 부모마저도 날 '괴물'이라고 부르며 감췄지만 결국 내가 믿을 것은 그 '괴물' 같은 능력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초능력' 때문에 괴물, 도깨비 등 취급을 당하며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았던 '초인'(강동원). 그는 눈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이 초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구하려고도 지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끔 사채업자 사무실이나 전당포를 찾아 초능력으로 소란 없이 현금 뭉치를 자신에게 내밀도록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 외에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홀로 미니어처 기차, 집, 인형 등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하지만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임규남'(고수)을 만난 후 모든 것이 바뀌고 만다.

규남이 일하는 전당포 '유토피아'에 돈을 훔치러 들어온 초인은 평소처럼 사람들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그의 통제에 따라 모든 사람이 멈춰 선 유토피아 안. 시간이 멈춘 그곳에서 갑자기 규남이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멈춰 서라는 초인의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씩 고개를 돌려 초인을 바라보고야 만다.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처음 만난 초인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조종하는 초능력자를 처음 만난 규남도 서로의 존재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난생 처음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 눈앞에 나타나자 당황한 초인은 규남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사람을 죽이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케이블TV(CCTV)에 남겨진다. 초인은 자신의 조용한 삶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결정적 단서를 손에 쥔 규남을, 규남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평화로운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초인을 쫓기 시작하며 본격적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던 초인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상대인 규남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초능력'을 소재로 했지만, 하늘을 날고 손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오는 등 SF 요소는 거의 없다. 오히려 스릴러 영화 등에서나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과 오싹한 공포감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빼앗기면 오히려 평범 이하에 속하는 초인이다.

"모르겠어? 아무 일도 아닌데 너 때문에 일이 커지고 있는거야!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조종당하는지도 몰라. 다 너 때문에 죽는거라고. 너하나만 죽으면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초인은 자신의 뒤를 쫓는 규남에게 울부짖듯 내�는다. 초인이 이처럼 필사적으로 규남을 죽이려는 까닭도 결국 그가 믿을 것은 그 '괴물' 같은 능력밖에 없다는 것을 어린 시절 가슴 아프게 깨달았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초인을 만나며 '초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초능력(?)'을 갖게 된 규남 역시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초인에 의해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소중한 사람들이 마치 영혼이 없는 좀비처럼 돌변해 그를 공격하고, 위험에 빠지며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 자신을 죽이려는 초인을 향해 "난 끝까지 살 거다. 너 죽는것 본 후 난 끝까지 살아서 네가 죽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살릴 거다"라며 이를 악무는 규남. 그에게 초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비밀은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moon@fnnews.com문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