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극계 작품들이 왜소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연극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소극장용들이 많습니다. 젊은 연출자들 중 아직 대극장을 가득 채울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아요. 앞으로 국립극단의 공연이 눈높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목소리엔 은근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극단의 초대 사령관. 공식 임명 이틀째인 10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손 감독은 “타협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다 예술가보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을 더 많이 요구하는 자리여서 여러 번 고사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수락하게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손 감독은 앞으로 “국립극단 작품은 모두 레퍼토리로 만들 것이라며 단원은 정규 월급을 받는 형태로 채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프로덕션별 작품을 계약하고 사무국은 최소 인원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국립극단의 역사가 60년이나 됐지만 변변한 자료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제도와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술팀을 만들어 제작팀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새로운 담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인재가 부족한 것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에요. 연기교육 프로그램도 다시 짜야 하고 극작가와 연출진 양성을 위한 시스템도 필요해요.”
내년 1월 연극 ‘오이디푸스’를 개막작으로 작품을 올릴 예정인 가운데 손 감독은 신작과 새로운 창작극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번역극에 제한을 두진 않을 겁니다.
다만 동시대극이나 실험적인 극들을 적극 표현하고 싶어요.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일을 많이 벌이겠습니다.”
3년 임기의 손감독은 1967년 극단 ‘산하’ 연출부로 입단한 뒤 1986년 극단 ‘미추’를 창단, 상업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연출가로 평가받았다. 이날 손 감독은 미추 대표직은 앞으로 부인인 배우 김성녀씨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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