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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자금 건전성따라 새주인 결정된다

15일 현대건설 본입찰이 마감되면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적어낸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수전은 ‘가격 싸움’이 되는데다 무엇보다 그룹 전체의 경영권 보호 필요성 탓에 현대건설 인수가 더욱 절박한 현대그룹이 예상 이상의 인수가를 써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해 현대차그룹 역시 높은 가격을 적어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최종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둔 심사단은 ‘인수자금의 건전성’에 대한 평가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가격 얼마 써냈을까

현대건설 인수전이 ‘가격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면서 양 그룹이 인수가격을 얼마나 적어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적정 인수가격을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두 회사가 예상외로 높게 베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 인수에 나선다. 현대차 등 3사의 현금성 자산만 10조원을 웃돌기 때문에 인수자금 동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우월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후에도 무리 없이 현대건설을 글로벌 건설사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현대건설을 매출 55조원대의 글로벌 건설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현대그룹도 그동안 자금 끌어모으기에 총력을 쏟았다. 현대그룹은 기존 보유 자금 1조5000억원에 계열사 현대상선 등을 통한 유상증자, 기업어음, 회사채 발행 등으로 2조원가량을 조달했다. 또한 동양종합금융증권,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등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1조원가량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시너지 및 현대엘리베이터 등 관계사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인수자금 건전성이 승패를 가를 듯

이날 현대건설 본입찰을 마감하면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치열한 신경전도 일단락됐다. 양측은 심사단의 우선협상자 선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양 그룹간 막판 경쟁이 가열됐을 경우 인수가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두 그룹이 예상 밖으로 높은 인수가격을 써낼 경우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날 오후 서류 접수 직후 매각주간사 2곳(메릴린치와 산업은행·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과 채권은행 3곳(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심사단을 꾸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착수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배점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우건설 등 최근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자주 발생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우 가격 외 인수자금의 건전성, 시너지 등 비가격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1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주식매매계약과 주식대금납부 절차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yoon@fnnews.com윤정남 조은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