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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니컬 ‘애니’ |
새하얀 눈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무대 양쪽 가지런히 들어선 전나무에도 눈은 소복이 쌓였다. 소년은 눈을 굴려 ‘사람’을 만든다. 눈사람 ‘스노우맨’과 소년은 하룻밤 근사한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뮤지컬 ‘스노우맨’이다.
캐릭터 위주의 아동 뮤지컬은 시시하다고 여기는 가족 관객이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서정적인 스토리에 따뜻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가족 뮤지컬 두 편이 찾아온다. 유럽의 엄마들이 ‘필수과목’으로 생각하는 ‘스노우맨’과 고아 소녀 애니의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애니’, 두 편이다.
■고아 소녀 애니 이야기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애니’는 얼핏 보면 한물간 내용이지만 내공이 만만찮은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 2006년 첫선을 보인 뒤 2007년 한 차례 더 무대에 올렸고 이번이 세 번째. 이전 공연 모두 3000석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유료객석점유율은 78%에 달했다. 1976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시상식에서 대본, 각색 등 7개 부문을 휩쓸었고 30년이 흐른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꾸준하다.
스토리는 캔디, 하이디, 신데렐라 이야기를 적절히 섞었다. 시작은 뉴욕의 한 고아원. 11년 전 이곳으로 온 뽀글뽀글 빨간 머리 애니는 ‘다시 찾아오겠다’며 두고 간 부모님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은 말썽쟁이 애니와 사사건건 부닥친다. 그러던 어느 날 애니는 세계적인 갑부 올리버 워벅스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행운을 잡게 된다. 삭막하게만 살아온 워벅스는 순수한 애니의 이야기에 푹 빠진다.
애니 역엔 ‘오즈의 마법사’ 등에 출연한 김미랑과 국악 뮤지컬 출연 경험이 있는 손영혜가 맡았다. 워벅스 역은 배우 이영하, 주성중이 더블캐스팅됐다. 애니 곁을 지키는 견공 샌디 역은 맹인안내견 출신 구름(견종 래브라도 리트리버)이 맡아 눈길을 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6일부터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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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니컬 ‘스노우맨’ |
■스노우맨과 하룻밤 여행
‘스노우맨’은 지난해 3월 영국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으로 한 차례 국내 관객과 만난 적이 있지만 국내 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노우맨은 유럽의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만큼이나 친숙한 캐릭터다. 연말이면 런던 웨스트엔드 피콕 시어터는 하루 두세 번씩 스노우맨을 무대에 올린다.
1978년 레이먼드 브룩스가 쓴 동명 동화가 원작이다. 1982년 극장용 2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에서 작곡·작사를 맡았던 하워드 블레이크가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와 손잡고 1993년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번 무대의 소년 역은 드라마 ‘동이’로 유명해진 이형석, ‘제빵왕 김탁구’에 출연했던 안상현, 뮤지컬 ‘피터팬’으로 가능성을 보인 장원중 트리플캐스팅이다. 무대엔 한국식 스노우맨도 등장한다. 색동옷을 입고 상모를 쓰고 깜짝 출연한다. 평소 아리랑 멜로디를 좋아했다는 하워드 블레이크는 이번 공연에서 아리랑을 직접 변주한 새로운 곡도 선보인다.
소년과 스노우맨 말고도 다양한 등장인물이 숨어 있다. 스노우맨의 손을 잡고 소년은 하늘을 날아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산타클로스와 펭귄, 순록을 만나고 카우보이·인도·한국 스노우맨을 만나 축제를 벌인다. 다음 날 깨어나자마자 소년은 스노우맨에게 달려가지만 어젯밤 그 자리엔 아무도 없다. 수북이 쌓인 눈만 그대로다. 호암아트홀에서 다음 달 9일까지.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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