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항구적인 위기 대응 매커니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리스본 조약을 일부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6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은 항구적인 위기 대응 매커니즘인 ‘유럽안정기구(ESM)’를 2013년에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리스본 조약의 관련 조문을 ‘제한적’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앞서 그리스에 제공됐던 ‘1회성’ 구제금융과 아일랜드가 지원받은 한시적 성격의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은 리스본 조약의 제약을 피해 편법적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유럽 정상들은 항구적인 매커니즘인 ESM을 출범시키려면 조약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독일과 프랑스의 요구와 이를 수용한 헤르만 반 롬푀이 EU 상임의장의 제안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리스본조약 135조에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회원국들은 유로존 전체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재정) 안정 매커니즘을 구축할 수 있다. 이 매커니즘에 따라 제공되는 금융 지원은 엄격한 조건에 종속되야 한다”는 두 문장이 추가될 예정이다.
한편 위기 대응 방안으로 거론돼왔던 유로 공동채권은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면서 사실상 도입이 무산됐다. 논란이 됐던 EFSF의 확충도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그룹 회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EFSF를 확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EU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 유럽 정상들이 항구적인 위기 대응 매커니즘이 발동되기 전까지 EFSF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된 것을 감안할 때 향후 EFSF 확충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사회를 가진 뒤 자본금을 107억6000만유로로 지금보다 50억유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환율과 금리, 금값, 신용 위험 등의 변동성 증가 등에 대비해 자본금 확대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오는 29일 증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CB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 매입과 향후 추가적인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증자를 추진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jmary@fnnews.com서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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