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본 JX에너지 등 일본 에너지 업계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휘발유 등 현지에서 조달이 급박한 제품을 전달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체와 여러 사업분야에서 밀접한 전략적 제휴관계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방일
SK이노베이션은 16일 구자영 사장이 직접 일본 JX에너지 본사를 방문해 지진 피해에 대해 위로를 전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JX에너지의 동북지역 정유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투입하지 못하게 된 중동원유 200만배럴(약 2억달러 상당)을 구매키로 했다. 30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 한 척을 통째로 원래 가격 그대로 대신 사는 셈이다. 이 물량을 SK가 대신 사주지 않으면 JX에너지는 이 유조선을 도쿄항에 정박해 놓은 채 하루에 10만달러씩 손해를 볼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도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저장능력을 70% 유지하고 있어 30%에 대해 원유 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재고에다 일본 JX에너지 원유도입(2억달러 규모)에 따른 금융비용 등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감수하고 일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신 SK이노베이션은 한국에 들어오는 원유 조달 시기를 늦출 것을 검토 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일본 정유사의 생산 차질로 일본 내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휘발유를 최우선 공급키로 약속했다. JX에너지에 공급하는 물량은 26만배럴. 이는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양으로 오는 4월 초 일본에 도착한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우리 회사도 현재 원유 탱크의 저장 여력이 부족하고 제품 수출 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 지진 피해 복구 지원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원유 200만배럴 구매 및 휘발유 26만배럴 수출에 대해선 JX에너지가 우리 측에 감사 서신을 보낼 정도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 사장은 "일본의 다른 석유회사의 요청에 대해서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은 원전 가동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동북전력에 발전용 중유 1만t을 공급한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의 요청으로 어선용 연료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 7일 JX홀딩스(JX에너지의 모회사) 회장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의장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대해 니시오 JX홀딩스 회장과 와타리 게이단렌 의장은 감사 서신을 보냈으며, 이후 구체적인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이날 구 사장이 대표로 일본을 방문했다. 구 사장은 이날 JX에너지 도쿄지사를 방문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지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JX에너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언제든지 돕겠다"
GS칼텍스도 일본 JX에너지에 15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공급키로 결정했다. 국내 증산을 통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일본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석유제품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미쓰비시 등 일본 무역회사에도 석유제품을 곧 공급한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일본의 쇼와쉘, 미쓰이케미칼 등 주요 거래처와 협력업체에 위로 서신을 보내 "복구과정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JX에너지의 기무라 사장으로부터 "대지진으로 인해 현재 원활한 석유제품 수급이 어려운 실정으로 GS칼텍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을 요청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허 회장은 와타리 전 JX에너지 회장과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GS칼텍스와 JX에너지는 신소재분야에서 합작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다.
지난해 3월 준공한 구미시 탄소소재 공장을 비롯, 올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는 리튬이차전지 음극재 공장 등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지진에 피해를 본 일본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현재 지원방식, 시기, 물량, 품목 등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합작 파트너인 일본 코스모오일로부터 석유제품 긴급 지원 요청을 받고 항공유, 등유 총 30만배럴을 다음달까지 최우선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 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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