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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세계100대 코스’ 탐방기] (11) LA컨트리클럽

'역사와 전통, 그리고 철저한 회원 위주 운영.'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골프장들의 공통 분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앨젤레스의 세계적인 부자 동네 비버리힐스 윌셔 블루버드에 위치한 LA컨트리클럽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장 부동산 가치만 자그만치 1조원에 달하는 이 골프장은 내가 방문한 세계 100대 코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프라이빗 클럽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회원 입회 조건은 물론 운영도 까다로워 웬만한 골퍼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유대인이 설립한 이 골프장의 회원가입 조건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다. 일단 유색인종은 자격조건에서 배제된다. 연예인은 물론 심지어는 쇼비즈니스 종사자도 제 아무리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더라도 회원으로 입회할 수 없다.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만약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이곳 회원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 이민 성공자가 있지만 한국인 출신 회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회원수는 총 700명인데 그중 핸디캡 3 이하가 75명이나 된다고 한다.

LA컨트리클럽 역사는 1897년 알마로도 지역 6만5000㎡의 공터를 임대해 9홀로 조성된 윈드밀 링크스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듬해 로즈데일 공동묘지 뒤쪽 컨벤트 링크스로 클럽하우스를 옮기면서 9홀을 추가로 조성했다. 하지만 이곳이 혼잡해지자 1899년에 클럽 창시자인 조 사토리와 에드 터프트로 구성된 코스 탐사위원회가 기존의 컨벤트 코스에서 서쪽으로 0.32㎞ 떨어진 피코 웨스턴의 북동쪽 코너로 클럽하우스를 이전하면서 18홀을 완성했다. 이것이 올드코스에 해당되는 지금의 북코스다. 이후 1911년 비버리힐스에 남코스(18홀)를 추가로 조성했고 1996년부터 2년여에 걸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실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코스는 파70,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북코스는 파71로 전장이 6895야드다. 코스 내에는 회원들만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 발코니에서 코스가 한눈에 조망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13번홀 그린 주변 홈비힐스에는 남성 잡지인 플레이보이 창시자 휴 헤프너가 거주하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파티가 자주 열려 골프장 측이 울타리와 방음시설을 설치했을 정도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프로골프대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1926년에서 1940년 사이에 아마추어 대회인 로스앤젤레스오픈이 다섯 차례 열린 것이 전부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1984년 US오픈 개최 의사를 타진했는데 클럽이사회의 투표 결과 찬성 4, 반대 4가 나와 캐스팅보트를 쥔 의장이 'No'를 선언함으로써 무산됐다고 한다. 클럽 운영의 보수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필자도 어렵사리 이 골프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월드클럽챔피언십(WCC)에 참가했던 존 오도넬과 댄 제닝스라는 이 골프장 회원의 초청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레이아웃과 관리에 놀라고 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 프로숍에서 또 한번 놀랐다.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프로숍에 들러 이것저것 골라 계산을 하려고 하니 점원이 회원이 아니면 계산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WCC 대회 때 시구를 날리던 필자를 골프채널을 통해 본 점원이 필자를 기억하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회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낭패를 당할 뻔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클럽 하우스 룸을 들어갈 때는 클럽 재킷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여성은 라운드 시 반드시 스커트만을 착용해야 하고 코스 내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철저히 금한다. 전에도 언급했듯 모든 결제는 회원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돈이 오갈 필요가 없다. 클럽 이사회(보드) 밑에는 토너먼트, 소셜, 회원가입 등 분야별 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한 마디로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클럽'이라는 프라이빗 클럽 운영의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김운용 대표는 김운용 클럽 나인브릿지제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대표이사는 세계 100대 코스 선정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 골프계 10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설명=1897년에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LACC는 유색 인종과 연예계 종사자 등을 회원으로 가입시키지 않는 까다로운 입회 절차와 운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프라이빗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