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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택지개발 백지화된 오산세교3지구

“신도시개발이 백지화되면서 보상금을 감안해 은행에서 미리 돈 빌려 대토(代土)를 마련한 땅 주인들만 골탕먹고 있어요.”(경기 오산세교3지구의 한 주민)

2009년 9월 경기 오산세교3지구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후 시중은행들이 현지 땅 주인들을 상대로 앞다퉈 대출에 나섰고 일부는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은행 돈으로 경기 평택과 송탄 등지에 대토를 사들였다. 그동안 수용될 땅의 보상금을 기다리며 꼬박꼬박 넣은 은행이자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땅 주인들은 지난달 31일 국토해양부의 택지지구 개발 철회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일 세교3지구 옆의 세교1·2지구 주민들은 개발 철회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설마’하고 희망을 놓지 않았던 3지구 땅 주인들은 상황이 달랐다. 다른 곳으로 이주계획을 이미 세운 땅 주인들은 당장 현지 보유 땅이나 대토로 마련한 곳 중 하나를 처분해야 은행 대출금을 갚고 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거래가 얼어붙은 데다 개발계획이 철회되면서 두 곳 중 한 곳을 처분하기가 어려워 자칫 ‘빚더미’에 앉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입지 여건 따라 ‘희비’ 엇갈려

위치별로 차이는 있지만 오산신도시 내 도로변 인근, 산림 등 자연녹지 등의 시세는 3.3㎡당 평균 150만∼200만원 선이고 논과 밭 등 생산녹지는 100만원 미만이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땅 주인들이 토지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시세의 50∼60%선.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좋아 땅값이 비싼 자연녹지 땅 주인들은 이번 개발철회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입지 여건이 좋지 않아 보상받기를 원했던 논과 밭 등의 소유자 중에서도 은행빚을 진 경우 매매가 더 어려워져 대출금 상환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은행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대토와 관련된 급매물이 쏟아져 거래가 위축되고 땅값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세교3지구인 가장동 D컨설팅 관계자는 “사업 취소가 어느 정도 예견된데다 지쳐서 취소되길 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올해 들어 개발 백지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급매로 나온 땅을 공시지가에 내놓아도 매매가 안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전철 세마역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당분간 오산지역은 대토와 관련된 토지 급매물이 쏟아져 나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산세교 반쪽 신도시 전락?

“오산신도시(1·2지구)에 없는 게 있다면 부동산중개업소와 택시일걸요.” 세마역 주변의 한 노점상 주인은 오산신도시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개발행위제한과 시장침체 등으로 거래는 거의 없고 아파트단지도 분양률과 입주율이 저조해 ‘빈집’이 많기 때문에 신도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세교신도시 1지구 내 주공3단지(금양마을) 내 상가에는 중개업소를 찾아볼 수가 없다. 걸어서 30∼40분 거리인 세마역과 오산대역 인근에 띄엄띄엄 몇 개의 중개업소가 눈에 보일 뿐이다. 역세권에서도 지나가는 택시를 보기 힘들 정도고 콜택시도 웬만해선 오지 않았다.
간간이 지나가는 버스만이 오산신도시로 이어지는 대중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세마역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여전히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분양률이 저조하고 시세는 126㎡ 기준으로 분양가보다 1500만원가량 낮은 3억500만∼3억1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면서 “얼마 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교1지구 공공분양 아파트 휴먼시아에 대한 분양가 할인에 나서면서 이마저도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winwin@fnnews.com오승범 박지영기자

■사진설명=한국토지주택공사의 구조조정에 따라 경기 오산 세교3지구에 대한 개발이 취소되면서 오산신도시(세교1·2지구)가 반쪽 신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택지개발이 취소된 오산시 가장동 일대 세교3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