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는 1850년대 대작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리골레토’(1851)부터 ‘일 트로바토레’(1853), ‘라 트라비아타’(1853), ‘시칠리아 섬의 기도’(1855), ‘시몬 보카네그라’(1857), ‘가면무도회’(1859)까지 총 6편에 이른다. 이 중 1857년 초연 후 25년간 조금씩 수정돼 1881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다시 초연된 ‘시몬 보카네그라’는 68세 노장 베르디의 예술적 성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걸작으로 평가받아왔다.
14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 제노바의 총독 ‘시몬 보카네그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 평민으로 태어나 총독까지 올라 제노바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정치적 암투로 결국 독살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평화와 사랑을 갈망한다. 거장 베르디는 역사 속 실존인물 시몬 보카네그라를 통해 그의 예술적 이상 ‘휴머니즘’을 완성했다.
국립오페라단이 10년 만에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를 무대에 올린다. 7일부터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1986년 33세 젊은 지휘자 정명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가졌던 오페라 데뷔작이 바로 이 ‘시몬 보카네그라’였다. 정명훈은 “시몬이 보여주는 휴머니즘을 생각하면서 그가 그토록 바랐던 화해의 봄을 연주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페라역사상 이보다 휴머니즘을 완성도 있게 다룬 작품은 없었다”며 “장중하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명훈은 지난해 1월 국립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 오페라 지휘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오페라 지휘인 셈. 내년에는 베르디의 ‘오델로’를 지휘한다.
시몬 보카네그라역은 국내 대표 중견 성악가 바리톤 고성현이 맡는다. 무대는 이탈리아 제작팀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 무대디자이너 이탈로 그라시, 조명디자이너 마르코 필리벡 등이 내한, 이탈리아 정통 고전미를 뽐낼 예정.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