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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와인 특별한 당신을 위하여..

왕실에서 마시는 와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은 스타들이 입고 먹고 마시면 모든 것이 히트상품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선 왕실 또는 총리의 애호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유명세가 더해진 경우가 많았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역사가 오래된 ‘프레스티지(prestige)’ 와인들이 이들 사랑을 독차지했다.

■윈스턴 처칠의 와인 ‘폴로저’

‘폴로저(Pol Roger)는 영국 전 총리인 윈스턴 처칠의 와인으로 유명하다. 폴로저의 최고급 샴페인인 ‘퀴베 서 윈스턴 처칠’은 아예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폴로저 샴페인은 1944년 처칠경이 어느 파티에서 처음 마셔보고 매료되어 폴로저 신봉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 후 처칠경이 평생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폴로저 샴페인을 즐겨 폴로저 하우스에는 그를 위한 2만병의 샴페인이 따로 보관될 정도였다고 한다.

폴로저 가문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처칠경은 자신의 경주마 이름을 당시 폴로저의 안주인 이름인 ‘오데트’로 지어 돈독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폴로저 가문은 노후에 건강이 악화되어도 매일 샴페인을 마시는 처칠경을 위해 본래 병 사이즈인 750㎖보다 작은 500㎖ 병을 별도로 제작했다. 그 이유는 와인을 적게 마시게 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왕실의 와인 ‘간치아’

2005년 ‘세기의 결혼’으로 불리는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바로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모에헤네시(LVMH)의 장녀이자 세기의 상속녀로 손꼽히는 델핀 아르노의 결혼식이다. 그의 남편은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명가, 간치아(Gancia) 가문의 현 오너인 알렉산드로 간치아다. 이날 결혼식의 축하 와인으로 제공된 와인이 이탈리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의 맥을 잇고 있는 ‘간치아 아스티’였다.

간치아 아스티는 1870년 이탈리아 사보이 왕조의 왕이었던 빅토리오 엠마누엘 2세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왕실의 간택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에 ‘왕실의 간치아(Royal Gancia)’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게 됐다.

간치아는 1924년 교황 피오 11세가 바티칸 시티의 공식 와인으로, 1951년에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6세가 로열 하우스 공식 와인으로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위원회 축하연에서 공식 스파클링 와인으로 EU 정상들에게 제공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5대째 가족 승계로만 이어 온 간치아 가문은 1865년 이탈리아 첫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해 낸 후 그 비법을 대대로 전수하며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산업의 초석을 닦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스파클링 와인과 아페리티프(식전주) 와인의 거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 왕실은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

스페인 왕실이 마드리드의 사르수엘라 궁에서 공식 만찬을 열 때면 빠지지 않은 와인이 바로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Marques de Caceres)’다.

특히 왕의 어머니는 지인들이 궁에 올 때면 ‘사티넬라’를 자주 서빙하고, 필리페 왕자는 로제 와인을 좋아해 ‘로사도’를 즐겨마시며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는 ‘가우디움’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스페인 왕실의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에 대한 애정은 2001년 빈티지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국왕이 직접 카세레스의 설립자인 엔리케 포르네르를 서신으로 치하했을 정도로 각별하다.
또한 라틴계 국가들의 정상들과의 공식 만찬주로 사용하거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위원회 정기총회의 디너용 와인으로 사용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는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스페인의 유명 디자이너인 파코 라반은 카세레스 와이너리 40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레이블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yhh1209@fnnews.com유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