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옛 대한주택공사)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아파트로 전환하면서 과도하게 책정한 가격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대한 첫 판례로, 현재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LH를 상대로 제기한 10건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또 비슷한 시점에 분양전환을 한 다른 아파트 입주민들의 잇단 소송이 예상된다.
■"공공택지, 조성원가 80%로 산정"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LH가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며 광주광역시 운남동 운남주공 공공임대아파트 입주민 71명이 LH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LH는 원고인단에 각각 약 807만원씩 모두 5억7000여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LH는 지난 2000년 6월 105㎡ 규모의 5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를 모집, 2007년 10월 가구당 8818만원에 분양전환신청을 받았다. 당시 입주민들은 "LH가 공공택지에 건축했기 때문에 택지 조성원가를 80%로 산정해야 하는데도 100%로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민들이 분양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자 LH는 임대계약을 해지, 명도소송을 내자 주민들은 분양계약 체결 뒤 소송을 계속 진행했다.
1심 재판부는 LH측 입장을 받아들여 입주민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2심 재판부는 "아파트 택지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LH가 개발한 토지라는 사실은 LH와 입주민 모두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택지비는 조성원가의 80%로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입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반환 100억원 넘을 듯, 원가공개 압력?
법조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는 이번 판결로 향후 100억원이 넘는 분양대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사 소송 진행과정에서 택지조성비, 실제 건축비 등이 모두 공개돼 단체 소송을 통한 원가공개 압력도 거셀 전망이다.
현재까지 LH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에게 제기당한 유사 소송은 총 10건. 인천 삼산 1단지(3건)와 경기 양주 덕정 1단지(6건), 인천 만석 비치 1건 등으로 원고인단 수를 합하면 총 3520명에 이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모두 1심 계류중인 이들 소송이 이번 대법원 판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고인 1인당 500만원씩을 반환할 경우 총금액은 176억원에 달해 적자투성이인 LH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통상 분양전환가격을 책정할 때 무주택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감정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낮게 잡아 LH가 손해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일부 단지들은 주변 아파트가 시가 1억원일 경우 가구당 4000만원에 책정한 경우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LH가 폭리를 취해온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이번 판결로 공공주택의 원가공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국토해양부가 5년 공공임대주택 택지 공급을 재개키로 한 시점에서 원가책정에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것 같다"고 설명했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