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만큼 달콤한 말이 또 있을까. 누구도 희망 없이 고단한 일상을 버티긴 쉽지 않다. 직장인에겐 매달 월급 통장을 기다리는 즐거움, 학생에겐 대학 진학이란 해방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산만 넘으면 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인생의 오르막에서 큰 위안이 되는 법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엄마와 나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마마'는 바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영화에는 세 엄마와 아들 혹은 딸이 등장한다. 이 세 가족은 서로에게 각각 단짝(엄정화-이형석), 원수(전수경-류현경), 부부(김해숙-유해진) 같은 존재다. 희귀병을 앓는 원재(형석)는 희망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엄마 원숙(엄정화)은 씩씩한 야쿠르트 아주머니다. 하지만 원숙은 난소암을 판정받고 잠시 희망을 놓아버린다.
성공한 프리마돈나 희경(전수경)은 딸 은성(류현경)이 그저 한심하다. 별다른 꿈도 없이 자신의 매니저 노릇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성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도도한 엄마가 초등학교 때 자신의 꿈을 하찮게 여긴 이후 반항심으로 되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일 뿐. 뒤늦게 은성은 가수에 도전하러 나선다. 한편 철부지 엄마 옥주(김해숙) 앞에서 조폭 아들 승철(유해진)은 완벽하고 싶은 마음에 일류 영어강사를 연기한다. 평소에도 엄마에게 명품가방을 척척 안겨주는 효자 승철은 유방암 수술을 거부하는 엄마의 소원인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이렇게 세 가족은 옴니버스처럼 각각의 사연을 쏟아내다 스쳐 지나가는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엮인다.
뚜껑을 연 '마마'는 어머니의 모정보단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희망이란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특히 영화의 핵심 정서를 끌고 가는 단짝 모자의 희망에 대한 믿음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원숙에게 아들은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망을 놓칠 뿐"이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원숙은 눈물을 쏟으며 마지막 힘까지 짜낸다.
영화는 가족의 사연에 따라 감동과 코믹을 줄타기한다. 하지만 내러티브와 캐릭터 중 어느 것도 새롭지 않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부족해 보인다. 본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몰려온 5월 극장가엔 이미 판다와 해적이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엄정화의 눈물연기, 유해진과 김해숙 콤비의 코믹연기가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문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히려 아역 형석군의 연기가 발군이었다. 류현경이 가수가 되겠다고 덤비는 곳이 요즘 방송가에 흔한 서바이벌 오디션 무대인 점도 새 영화의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만듦새는 훌륭하지만 평범한 인상의 영화 '마마'에는 희망이란 메시지만 빛난다. 오는 6월 2일 개봉.
/gogosing@fnnews.com박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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