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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총리는 ‘저항 세력’ 낱낱이 밝혀라

김황식 국무총리는 감사원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감사와 관련해 받았다는 '오만 군데의 청탁' 발언에 대해 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저축은행 감사에 저항하는 일정 그룹·세력이 행하는 일체의 어필 또는 청탁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감사원 직원에 대한 어필과 청탁, 금융감독원장의 면담 신청 등을 '오만 군데'로 포괄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민금융기관 전반을 감사할 때 굉장한 감사 저항이 있었다"고도 했다.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현직 감사원장이 '굉장한 저항'을 느낄 정도의 직간접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저항하는 '그룹'과 '세력'도 거론했다. 조직적인 반발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압력의 형태도 다양했다. 감사원이 왜 민간저축은행을 감사하느냐는 반발도 있었고 엄정하게 감사하면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으로 이어져 경제 혼란이 일어난다는 협박성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압력을 넣은 '오만 군데' 저항 세력 중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한 사람이다. 저축은행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에게 청탁성 전화를 걸었고 면담 요청까지 했다가 거절당했다. 김 총리는 그밖의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 의문을 제기한 권력기관이나 여야 의원의 압력도 부인했다.

지금 국민은 국가 최고의 감사기관인 감사원에 숱한 청탁과 압력이 있었다는 김 총리의 발언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더구나 발단이 된 부산저축은행 부실 사태수사는 이제 막 출발선을 떠난 시점이다. 감독기관은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까지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감사원도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되는 등 파문의 한복판에 있다.
감사원에 대한 로비가 어느 정도였으며 어떤 경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치권을 통한 압력은 없었는지 일체의 의혹이 밝혀지려면 김 총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 답변이 아니라면 검찰에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김 총리는 더 많은 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