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들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소포 하나 마음대로 주고받지 못했어요. '풍산개'는 그런 꿈을 대신 이뤄주는 상징적인 사람입니다. 관객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분단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영화는 성공한 거죠."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풍산개'는 김기덕 사단의 막내 전재홍 감독(34)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장편 '아름답다'(2008)로 데뷔한 지 4년 만의 복귀작. 김기덕 사단답게 2억원의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었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30억원 안팎)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전 감독에게 불가능한 건 없었다.
"2억원 영화가 200억원 영화와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저예산 영화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상업영화라는 것을요. 많은 저예산 영화가 예술영화란 틀에 갇혀 영화관을 잡지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아름답다'가 예술영화로 인식돼 다시 작품을 하기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풍산개'의 주연배우, 스태프 모두 노 개런티로 한배를 탔다. '풍산개'는 휴전선을 자유롭게 넘으며 실향민의 소포와 편지를 전해주던 정체불명의 남자(윤계상)가 북한 최고위급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평양에서 서울로 데리고 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분단이란 소재는 무겁지만 블랙코미디를 가미한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손을 거친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란 평이다. 이는 김 감독의 수제자 전 감독의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다'라는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은 21세기예요. 분단영화를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풀면 안 되죠. 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감독은 '풍산개'에 액션, 멜로을 바탕에 깔고 코믹을 얹었다. 남녀노소 관객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에서다. 폭파신,총격신, 수중촬영 등 풍성한 액션신이 비무장지대에서 펼쳐지고 풍산-인옥의 멜로신이 슬프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전 감독은 두 배우의 멜로신에 분단의 슬픔과 그리움을 투영했다. 여기엔 전 감독의 오스트리아 유학 경험이 녹아 있다. 고1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간 전 감독은 다시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비엔나 시립음대 재학 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북한 학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와 사이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더라고요. 같은 말을 쓰는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걸 보면서 '이게 분단이구나'라고 느끼며 슬펐습니다."
인터뷰 내내 "나이에 맞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풍산개는 자신의 눈높이에 딱맞는 작품이라며 만족해했다. 오는 23일 개봉.
/gogosing@fnnews.com 박소현기자
■사진설명=전재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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