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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합형건물 입주자 주차 갈등 예고

#.대형건설사 A사는 서울지하철3호선 양재역 인근에 도시형생활주택(149가구)과 오피스텔(44실), 상가(1∼4층)가 혼합된 주거복합건물(지하 5층∼지상 12층)을 오는 7월 분양할 계획으로 최근 주차장 면적을 서울시의 주차장 설치조례 기준인 74대보다 22대 늘린 96대 규모로 확정하고 설계변경에 들어갔다. 지하주차장은 당초 계획했던 4층에서 5층으로 한 개 층을 늘렸다. 이 회사가 막대한 추가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발적으로 주차공간을 늘린 것은 법규에 맞추자니 주차대수가 2가구당 1대에도 미치지 못해 입주자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이렇게 되면 분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미정)는 비슷한데 주차장 설치요건은 도시형생활주택이 4가구당 1대, 오피스텔은 2실(가구)당 1대꼴이어서 입주 이후 주차문제를 둘러싼 주민 갈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내에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주거복합형건물 공급이 증가하면서 주차 우선권에 대한 입주자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법상 주차장 확보면적은 도시형생활주택이 오피스텔의 절반수준이지만 분양가격은 도시형생활주택이 오피스텔보다 더 비싸다. 발코니확장으로 전용면적이 더 넓어서다. 서울지하철 2호선 대림역 인근에 분양 중인 '하나세인스톤4차'는 27㎡기준 분양가격이 오피스텔은 1억1200만원이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1억1700만원으로 오피스텔보다 500만원 비싸다.복합건물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지만 법에서 정한대로 할 경우 주차여건은 더 열악한 셈이다. 특히 강남권 등 중심상권은 입주자들의 차량소유가 가구당 1대를 육박해 향후 주차문제가 입주민간의 갈등을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거복합형 급증…주차난 예고

상업지역 위주로 공급되고 있는 주거복합형건물은 일종의 주상복합건물이다. 근린 상가와 오피스텔,아파트가 한 지붕에 있던 주상복합에서 아파트 대신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간 형태다. 주차장 확보요건이 느슨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아파트를 대체해 사업성을 높인 것으로,올해들어 주택사업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가세하면서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거복합형건축물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법적인 틀이 만들어진 2009년 이후 서울지역에 신세계로제리움 ,비즈트리트,장안뉴시티 등 총 11곳의 주거복합형 건물이 분양됐다. 2009년 2곳에서 2010년에는 8곳으로 가파르게 증가한데 이어 올해에는 한미글로벌,한라건설 등 대형업체들이 속속 분양대열에 합류하면서 공급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 비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주거복합형건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올해 도시형생활주택 가구수 제한이 최대 150가구에서 300가구로 완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없어 또다른 사회갈등 우려

얼마 전 서울의 모처에서는 주거복합형건축물 사업을 준비 중인 업체들과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주차장을 포함한 복합형건축물의 입주자 관리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이 자리에서는 지하주차장을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상가 등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체 가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주차공간을 배분해야한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서도 지하주차장 층간 구분에 무게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주거복합형건물 가운데 지금까지 입주가 실시된 곳은 서울 구로동의 '하나세인스톤1차'가 유일하다. 지난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가구당 0.5대수준의 주차면적을 확보하고 있지만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현지 S공인관계자는 "입주자 중에는 주변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뿐 아니라 여의도,강남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대부분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며 "그날 그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주차를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공간이 협소해 레저용차량(SUV)은 사실상 주차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알컨설팅 김승환 이사는 "서울시내 주거복합건물은 대부분 사업성이 높은 상업지역에 들어서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월세 60만∼80만원을 감당하는 중산층이고, 여기에 강남권이라면 거의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법적기준에 따라 주차공간을 나눈다고해도 분양가는 오히려 도시형생활주택이 더 비싸 오피스텔 입주자와의 형평성 시비와 갈등이 일 수 밖에 없다"면서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주차장 설치조례에서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30㎡이하는 0.5대, 60㎡이하는 0.8대의 주차장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경우 120㎡당 1대이기 때문에 주로 공급되고 있는 30㎡이하로 따지면 가구당 0.25대수준이다. 이는 관할구청 등 지자체에 따라서도 다소 차이는 있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