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주택경기 침체 속에 공급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명당마케팅'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택의 조망과 입지여건 등 장점을 내세워 집을 판매하는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지(집 터)의 풍수지리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분양 판촉 방안을 도입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신도시 운중동 일대에 분양 중인 최고 80억원짜리 고급 단독주택 SK건설의 '산운 아펠바움'과 고급빌라 '운중 아펠바움'은 각각 대동풍수지리학회 학회장인 고제희씨와 풍수 전문가 강희종 순천향대학교 교수에게 풍수보고서를 의뢰한 후 이를 분양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곳 명당마케팅에 따르면 판교는 금쟁반에 옥구슬이 굴러다니는 명당으로 귀인이 찾아와 부귀영화를 누릴 복지(福地)이며, 산운 아펠바움이 위치한 운중동 일대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의 명당으로 큰 인재와 부자가 끊임 없이 배출된다고 돼 있으며 이 내용은 분양 카탈로그에 소개되고 있다.
SK D&D의 고명덕 소장은 "초우량고객(VVIP)들은 가족이 살 주택을 결정할 때 지관을 직접 동원해 분양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고객 대다수가 최고경영자(CEO)여서 기업과 가족의 번영을 위해 풍수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40억원 대 초고급 주상복합인 한화건설의 서울 성수동 뚝섬 '갤러리아 포레'도 풍수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한국풍수지리원 전향수 원장의 컨설팅을 받아 '용마음수(龍馬飮水·용과 말이 만나서 물을 마시는 형국)'라는 명당임을 내세우며 재물, 권세, 인기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터라고 강조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서울 평창동에 분양 중인 30억원 대의 명품 고급주택 '오보에힐스'는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터로 후손의 영광을 위해 부화를 기다린다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입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 판교신도시에 분양 중인 '운중 푸르지오하임'도 풍수를 활용해 사업지를 알리고 있다.
연령대가 높은 수요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이 단지는 배산임수의 양택명당이라는 내용을 카탈로그와 광고 등 분양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2008년 준공된 경기 용인 양지의 고급 타운하우스 '루아르밸리'도 대한풍수지리학회에서 인증 받은 보고서를 이미지갤러리에 비치해 직접 고객상담에 이용하기도 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부자일수록 고민이 많아 풍수지리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택 입지는 사옥과 사업장터, 집무실의 물건 위치까지 컨설팅을 받는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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