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해외건설 엘도라도를 찾아서] (1) 베트남 ① 금호건설

베트남 건설시장이 경기 불황과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의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은 2006년 베트남 건설시장에 진출한 뒤 고도의 경제성장 바람을 타고 단순 도급 위주의 사업이 아닌 복합단지 등의 개발형 사업을 진행하면서 향후 수십년 동안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등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건설사들의 선진 건설문화와 기술력을 배우자는 건설 한류까지 생기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1주년과 연계, '해외건설 엘도라도를 찾아서=베트남 편' 기획시리즈를 통해 베트남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들의 활약상을 현지 직접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소개한다.

【호찌민(베트남)=김관웅기자】 "경제 수도 호찌민의 심장부에 우뚝 서 있는 금호아시아나플라자는 베트남에서의 금호건설 위상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금호건설은 베트남 건설시장 진출 5년 만에 '기적'을 일군 건설사로 통한다. 2006년 베트남에 첫 진출한 후 현재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 건축사업만 4개에 달한다. 여기에 착공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수주 계약 단계에 있는 사업도 많아 베트남 진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금호건설 최종원 호찌민 지사장은 "2009년 말 이명박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에서 금호건설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건설사냐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로 금호건설은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정착한 한국 건설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베트남 신화'

금호건설의 베트남 진출 성공 신화는 2006년 2월 호찌민시의 랜드마크 건물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를 착공하면서 시작됐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과 같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플라자는 호텔, 서비스드 레지던스,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 높이 21∼32층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이다. 2006년 당시만 해도 호찌민에서는 사이공트레이드센터(32층)를 제외하고는 10층 이상 건물이 없었지만 금호아시아나플라자가 2009년 완공되면서 이 일대 스카이라인을 확 바꿔 놓았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는 호찌민의 '랜드마크 복합단지'라는 의미 외에도 2006년 착공과 동시에 수많은 화제를 뿌린 건축물로 유명하다. 금호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플라자를 착공하면서 베트남 문화와 금호아시아나를 상징하는 각종 아이콘을 활용한 현장 펜스를 선보여 베트남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최 지사장은 "베트남의 열대어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징하는 각종 아이콘들을 그려넣은 금호아시아나플라자 현장 펜스는 볼 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관까지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했다"며 "그 전까지만해도 호찌민을 비롯한 베트남 공사 현장에는 찌그러진 함석으로 만든 펜스나 그것마저도 없는 곳이 허다했으니 이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히 컸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현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의 타이어를 깨끗이 세척하는 세륜기와 펜스 주위에 화단까지 조성할 정도로 가급적 현지문화와 근로자들을 존중하고자 했다"며 "이 때문에 호찌민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이 금호건설이 베트남 건설현장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잇따라 내보내면서 금호건설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선진문화·첨단기술로 '건설한류' 선도

금호건설은 건설 문화뿐만 아니라 첨단 건축시공기술을 베트남 건설업계에 전수한 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대표적인 게 금호아시아나플라자에 적용된 톱 다운(Top Down) 공법이다. 이 공법은 단위 건축물의 전체 평면을 대상으로 1층 바닥을 시공한 후 지상층과 지하층 골조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축기술로 1층 바닥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공사를 병행함으로써 연약 지반을 보강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고층 건축물 시공 때 많이 적용되는 공법이지만 베트남 현장에서는 처음 적용됐다.

호찌민시 동꼬이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타임스퀘어 프로젝트도 금호건설의 기술력을 베트남에 알린 대표적인 사례다. 타임스퀘어는 아파트 108가구, 5성급 호텔 315실 및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높이 40층 규모의 도심 고급 복합건물이다. 금호건설은 도심이어서 주간에 공사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데도 야간공사를 통해 3일에 1개층씩 골조를 올리는 공법을 선보여 현지는 물론 유럽 발주사를 놀라게 했다.

금호건설은 현지화 차원에서 장학재단사업, 사랑의 집짓기운동 등 사회봉사활동과 문화 및 예술사업을 후원하며 '금호=아름다운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호 브랜드 사용 요청 쇄도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금호건설은 베트남 건설시장에 2006년 진출한 지 불과 5년여 만에 최고의 건설사로 우뚝 섰다. 금호건설 조창현 시티플라자 현장 소장은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준공과 동시에 아시아나에어라인, 금호타이어, 금호렌트카, 금호고속, 금호건설, 대우건설(당시 계열사) 등 6개 계열사가 금호라는 브랜드를 달고 거의 동시에 베트남에 들어와 대대적으로 광고를 진행하면서 금호 브랜드가 급부상했다"며 "지금은 금호 브랜드를 달면 베트남 현지 사람들이 고급건물로 인식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금호의 브랜드를 입히려는 건축물이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게 호찌민 시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티플라자 현장이다. 시티플라자는 현지 건설업체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시공사까지 현지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금호라는 브랜드를 달기 위해 금호건설을 메인 컨스트럭터로 끌어들였다.


금호건설 최 소장은 "시행사의 브랜드 밸류가 떨어져 분양성을 장담하지 못하자 금호라는 브랜드를 끌어들여 브랜드를 강화한 것"이라며 "금호건설은 이 현장에서 코스트 컨트롤과 공기에 대한 기술적 조언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 더욱 좋은 계약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은 이처럼 베트남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경영정상화에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kwkim@fnnews.com

■사진설명=금호건설은 베트남 건설시장에 발을 디딘 지 불과 5년 만에 안착한 대표적인 한국의 건설사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지에서 건설 한류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금호건설이 베트남 호찌민의 중심부에 지난 2009년 준공한 지상 최고 32층짜리 랜드마크 복합단지인 금호아시아나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