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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아침] 반값 아파트 ‘票퓰리즘’ 안되려면/김관웅 건설부동산부 차장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떠나 대중의 인기만 생각하는 정책이나 정치행위다. 포퓰리즘은 1940년대 초 아르헨티나의 폐론정권이 현실성 없는 선심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사건이 효시다. 유로존 국가들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한 어려움도 결과적으로 무리한 복지정책 포퓰리즘에서 기인한다.포퓰리즘은 정치적 목적이든,순수한 정책에서 출발하든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는 게 문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같은 포퓰리즘이 시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 ‘반값아파트’로 대변되는 보금자리주택이 그것이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성을 띠면서도 그 이익은 소수만이 향유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주택수요자들이 ‘보금자리 로또’를 분양받기 위해 주택 매입을 보류하고 전·월세로 눌러앉으면서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주택거래와 신규 분양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집값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결국 주택 보유자들은 앉아서 고스란히 자산감소에 내몰리고 있다.무주택 서민들도 전세난에 뛰는 전셋값으로 골탕먹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경제 성장률이 3.8%지만 대부분 수출에 따른 것이고 내수는 1% 안팎에 그쳤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가 내수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부가 국민경제대책회의 때마다 내수진작을 위해 대체공휴일제, 근무시간 단축제까지 제안하며 소비를 독려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폐해가 드러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은 지난 4월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시세의 80∼85% 수준에 정하도록 했다.반값아파트라는 포퓰리즘적 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근본적인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주택인 만큼 개인이 소유하기보다는 소유는 공공이 하고 이를 전세주택으로 돌려야 한다.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처럼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보금자리주택정책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소수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형평성 논란도 벗어날 수 있고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전세난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공공주택의 역할에 비춰보더라도 현재의 보금자리주택은 시프트처럼 운영돼야 한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정도 수준에 최장 20년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해 서울지역 무주택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향후 주택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비록 시장왜곡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보금자리 정책 도입으로 정부는 집값안정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장왜곡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보금자리주택의 근본개념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 볼 때다.

/kwkim@fnnews.com김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