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세계 경제가 좋을 순 없다. 시장을 믿는다. 다만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 역할은 필요하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사진)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가도 파산할 수 있다(잘못된 생각이지만)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흔들린다면 세계 경제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채권 이자부담 증가→가계 부채 이자부담 증가→소비 위축→민간 소비 위축'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질 경우 글로벌 교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는 S&P의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형식상의 의미 외에 큰 의미는 없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유럽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독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면서 "그리스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실물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대미수출 의존도 커 미국이 흔들린다면 휴대폰·자동차 등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에게는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원장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이 꺾이지 않는다면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의존도는 전체의 20%를 넘어서고 있다.
공포에 빠진 증시에 대해선 "이성을 잃은 과잉 반응"이라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 외국인의 매도, 기관의 로스 컷(손절매) 물량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로 시장의 우려가 불식된다면 조만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장을 믿는다"며 정부의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경계했다. 현재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과거와 같은 외환자금시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리더로서 정부 역할은 필요하다"면서 "경제주체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발언, 정책 의지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mh@fnnews.com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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