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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이 사랑한 조선시대 목가구展

"아버지는 돈이 생기면 골동품을 자주 사셨습니다. 하루는 사발을 하나 사오셔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거참! 거참! 요것 참!' 감탄을 연발하며 즐거워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김금자·김환기 화백 차녀)

화가들이 소장했던 골동품과 만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26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사간동 두가헌 갤러리와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 동시에 열리는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전이다.

김환기 화백은 이번 전시에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층사방탁자'를 내놓았다. 김 화백의 차녀 김금자씨는 "아버지는 부피가 있는 이 물건을 손수 어깨에 짊어지고 산길을 걸어 직접 운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 탁자는 방 어느 곳에 놓고 어디서 바라보아도 놓인 곳에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두가헌 갤러리 개관 7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이밖에도 장욱진, 서세옥, 이우환, 송영방, 김종학 등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화가들이 가까이 두고 즐겼던 조선시대 목가구 여러 점이 출품됐다. 김종학이 먹감나무로 만든 단아한 문갑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서세옥이 옛 여인네들이 몸단장을 위한 도구를 넣어두었던 빗접을, 송영방이 조선시대 선비들이 벼루를 넣기 위해 만들었던 연상(硯床)을 내놨다.
애연가로 알려진 장욱진이 애지중지했던 지름 31㎝, 높이 5㎝의 대형 목각 재떨이도 관람객을 미소 짓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화가들이 소장했던 특별 전시품 외에도 서안(書案), 경상(經床), 탁상(卓床), 필갑(筆匣), 목침(木枕), 반닫이(櫃), 책장(冊欌), 좌경(座鏡), 이층롱(二層籠), 찻상(茶床), 해주반(海州盤) 등 조선시대 목가구 60여점이 나왔다. 전시기간인 오는 9월 2일에는 문화재청 전문위원을 지낸 박영규 용인대 교수의 특별강연도 열린다. (02)2287-3552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김환기 화백이 소장했던 '이층사방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