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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뮤지컬 '지킬...'로 120억 수익낸 프로듀서 신춘수

뮤지컬 한 시즌 공연으로 '매출액 275억원, 순이익 120억원.'

오는 28일 9개월간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최종 성적표다. 국내 뮤지컬 공연 사상 최고 기록이다. 투자를 한 기업쪽에서도 대박이다. 이 작품엔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와 CJ E&M, 샤롯데씨어터 등에서 골고루 자금을 댔다. 이들 업체의 투자 대비 수익률은 대략 70~80%로 점쳐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 때부터 순항을 했다. 그후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LG아트센터에서 재공연을 올릴 때도 꾸준히 관객이 들었다. 당시 수익률은 대략 20~35%선. 하지만 이때와 비교해도 올해는 폭발적인 흥행 기록 아닌가.

"뮤지컬에 투자를 해도 승산이 있다는 걸 보여줘 뿌듯합니다. 앞으로 뮤지컬 투자에 눈돌리는 업체가 더 늘지 않을까요. 국내서도 2~3년 후엔 대작으로 오픈런 공연이 가능하겠구나 그런 확신도 들었구요. 지킬의 성공 비결은 복합적이죠. 조지킬(조승우)의 힘도 컸고 류정한, 홍광호, 김우형 같은 탄탄한 배우들이 뒷받침됐구요. 초연 이후 꾸준히 작품 인지도를 높인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한국 스태프들로 제작진을 꾸리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았던 것도 성공 요인이겠지요."

지난 23일 만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5)의 얼굴은 환했다. 이탈리아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새신랑 신 대표는 "10년 만에 여름휴가를 가봤다."며 빙그레 웃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올해가 창립 10주년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 가장 변화가 많았던 시기도 최근 10년. 국내 뮤지컬 격변기 한복판에 오디와 신 대표가 있었던 셈이다. 그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젊기 때문에 원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런 결과가 보약이 됐다"고 했다. '맨 오브 라만차' '올슉업' '그리스' 등 쟁쟁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제작사는 한ㆍ미 합작 대작 '드림걸즈'의 수지를 못 맞춰 경영난에 봉착하기도 했다. '드림걸즈'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 속에 지난 2009년 5개월 장기공연을 했지만 눈덩이처럼 커진 제작비로 결국 대형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 '지킬…'의 성공으로 숨통이 확 트였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는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딛고 터득한 노하우를 총동원해 글로벌 시장을 돌파해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뮤지컬 한류는 아이돌 스타를 앞세운 반짝 공연의 성격이 강하다. 신 대표의 구상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 해외 프로듀서와 손잡고 공동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 뒤 이를 전 세계로 유통시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지난 2월 호주에서 세계 초연된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작업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향후 아시아 공연 일체를 주도한다. 국내에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개막 예정이다.
호주에선 제작비가 250억원에 달했지만 국내에선 100억원대 규모로 작업 중이다. "이제 더 이상 꿈만 꾸지 않습니다.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