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의 추격에 애가 타는 것일까. 판매도 하지 않고 전시만 했을 뿐인 삼성전자 태블릿PC 신제품이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전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IFA) 2011’ 개막과 함께 전시했던 ‘갤럭시탭7.7’을 전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삼성전자는 전시회 개막 전날 이 제품을 처음 공개했는데, 애플이 다음날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이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법원은 이를 즉각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지난달 초 삼성전자가 현지에서 ‘갤럭시탭10.1’을 팔려고 했을 때 하루 전 애플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던 곳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유럽연합(EU)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품을 팔 수 없게 했다가, 삼성전자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독일에서만 판매를 할 수 없게 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법원이 애플의 갤럭시탭7.7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전시했던 제품을 거둬들였다”며 “애플의 문제제기가 옳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오는 9일(현지시간) 갤럭시탭10.1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확정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판결을 코앞에 두고 법원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던 것.
갤럭시탭7.7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19.6㎝(7.7인치) 크기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적용한 태블릿PC다. 삼성전자의 부품 및 화질 경쟁력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자연색을 100% 재현해준다. 7.89㎜의 얇은 두께에 1.4㎓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성능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탭10.1부터 갤럭시탭8.9, 갤럭시탭7.7까지 화질과 성능, 디자인을 개선한 태블릿PC를 잇달아 선보이며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거의 추격해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제품으로 경쟁을 하기보다 법정 다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은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갤럭시탭10.1의 사진을 일부 조작해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외 전자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태블릿PC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잇달아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갤럭시탭 시리즈의 관심과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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