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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 오르다,북녘 땅을 바라보다

▲ 에메랄드 빛 호수가 인상적인 백두산 천지. 천지 끝의 암벽은 북한 땅이다.

【옌지(중국)=유현희기자】 인천공항에서 2시간가량 비행을 하면 옌지공항에 닿을 수 있다. 옌지공항은 흔히 옌볜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조선족 자치구이기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를 모른다 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옌지공항과 주변에는 한자와 함께 한글 간판이 버젓이 붙어 있어 친숙함마저 준다.

한국의 날씨는 가을을 무색케할 만큼 늦더위가 기승부리지만 10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중국 옌지는 이미 가을이 무르익었다. 한낮에는 3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지만 저녁이면 쌀쌀한 바람 때문에 반팔 차림으로 다니기엔 무리다.

■천지 가는 길 이렇게 편했나?

옌지공항까지 도착했지만 아직 백두산까지 가는 여정은 멀다. 차를 이용해도 빠르면 4시간이고 보통 5시간은 족히 달려야 한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이라는 이름 대신 창바이산(장백산)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이름으로 부르던 수식어는 매한가지다. 바로 '민족의 명산'이다. 조선족들은 백두산을 민족의 명산이라 치켜세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백두산 입구. 곳곳에는 여행을 온 이들의 기념촬영이 한창이다. 백두산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면 한국의 시내버스와 유사한 버스가 줄을 서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대관령 옛길 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면 너른 광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천지에 가려면 이 광장에서 다시 지프로 갈아타고 20여분가량을 더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고 하니 낡은 지프를 탈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고개를 들었다.

7인용 지프에 오르면 그때부터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연상하게 된다. 일반 차량 없이 관광용 지프만 달리기에 험한 길에서도 제법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지프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장관이다. 자작나무가 우거져 있더니 어느새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온대림과 침엽수림이 산의 높이에 따라 공존하고 있는 것. 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직 천지가 멀었다는 신호다. 천지에 가까워오면 들꽃과 낮은 풀 외에 나무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용암이 만들어낸 협곡의 웅장함과 협곡 사이를 날아다니는 까마귀와 독수리에 시선을 빼앗기다보면 어느새 천지 입구에 다다른다.

▲ 천지에서 떨어진 물이 만들어낸 백두폭포.


■에메랄드빛 천지 너머 보이는 북녘 땅

"이 계단만 오르면 천지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인솔자 설명에 올려다보니 건물 3층 높이의 계단이 보인다. 등산화를 신고 올 필요 없이 가벼운 운동화면 무난히 오를 만한 수준이다.

1년에 한 달가량만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데 하늘이 높아진다는 가을답게 날씨는 맑디맑음 그 자체였다. 인솔자는 "조선족들 사이에서는 천지를 보게 되면 3대가 덕을 쌓았기 때문이고 앞으로 3대의 운이 트인다"고 설명한다.

20m 간격으로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공안들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그들의 어깨너머 그리고 공안과 공안 사이 빈틈에서 에메랄드빛 천지를 볼 수 있다. 커다란 바위 사이에 움푹 파인 천지의 모습과 반대편 북한 영토인 백두산까지 훤히 시야에 들어온다.

■온천수로 삶아먹는 계란 일품

천지에서 내려오면 백두산의 또 하나의 명소인 백두폭포로 발길을 돌려보자. 백두폭포는 버스에서 내려 1.2㎞가량을 걸어야 한다. 천지 가는 길에 걷는 것보다 5배쯤은 더 걸어야 한다. 폭포로 가는 길의 출출함은 인근 온천수로 삶은 계란, 소시지, 옥수수 등이 달래준다. 실제 백두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둬 즉석에서 삶아주는 계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흰자는 덜 익고 노른자는 탱글탱글하게 익는다.

천지에서 떨어지는 물이 만든 또 하나의 장관 백두폭포는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천지 물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리 가물어도 늘 같은 양을 유지한다.

휴화산인 백두산이기에 온천수도 나오지만 백두폭포의 물은 정수기에서 막 받아낸 냉수처럼 차갑다. 관광객들은 물통을 꺼내 백두폭포의 물을 받는다.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해서다.

폭포를 내려오면 호텔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천연온천이라는 한글 간판을 내건 숙박업소도 있는데 관광 일정이 빠듯하지 않다면 온천을 즐기는 것도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분단국가여서 갈 수 없는 곳으로 여겼던 백두산, 중국에서나마 북한쪽의 백두산을 마주볼 수 있다는 점은 전후 세대들에게도 민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yhh1209@fnnews.com

■백두산 여행 TIP

▲입장료는 세 번 지불-백두산 초입에서 10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셔틀버스 이용료로 또 85위안, 지프 이용료로 80위안을 지불해야한다.(4만5000원 정도)

▲화장실 문 실종-중국의 공중화장실은 문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은 숙소나 공항 등에서 미리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나홀로 여행은 금물-조선족이 많다고 하지만 택시 기사의 경우 조선족이 드물어 언어가 익숙지 않다면 나홀로 여행 시 미아가 되기 쉽다.

▲한국음식 그대로-북한쪽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옌지지역은 한식을 자주 접할 수 있어 김치나 고추장 등을 따로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

▲옌지 시내 코리아타운-옌지 시내에는 코리아타운이 조성돼 있어 한국의 삼겹살, 보쌈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