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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윈저’의 고향을 가다

【애버딘(스코틀랜드)=박승덕기자】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2시.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에 발을 디뎠다. 바이킹의 침략도 막아내며 한 번도 정복 당하지 않은 나라 스코틀랜드. 보리 경작과 낙농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는 일조량이 많고, 비도 많아 하늘이 준 ‘축복의 땅’으로도 불린다.

항구도시 애버딘에서 버스로 2시간을 달렸다. 2차선 국도 좌우에는 누렇게 익은 보리가 고개를 숙였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거니는 양과 소는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사람보다 소와 양이 많은 나라라는 말이 실감났다. 스코틀랜드의 면적은 한반도의 남한 면적과 비슷하지만 전체 인구가 5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애버딘에서 2시간여 만에 디사이드(Deside)라는 지역에 도착했다. 바로 프리미엄 위스키 ‘윈저’의 원액을 생산하는 ‘로얄 라크나가(Royal Lochnagar)’ 증류소가 있는 곳이다.

소박해 보이는 증류소 곳곳에 ‘로얄(Royal)’이란 표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 1848년 증류소를 방문한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왕실 가족들이 ‘왕실 인증서(Royal Warrant)’를 수여했다는 증표다. 그만큼 이곳에서 생산된 위스키의 맛과 품질이 뛰어났다는 의미이다. 스코틀랜드내 100여개 증류소에서 로얄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는 곳은 단 3곳 뿐.

라크나가 증류소에서 만난 디아지오의 마스터 블렌더 ‘더글라스 머레이’ 씨는 “라크나가 증류소에서 생산된 최고급 위스키는 지금도 영국 왕실에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증류소를 둘러봤다. 보리 분쇄부터 발효ㆍ숙성ㆍ증류를 거친 원액이 오크통에 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증류를 거친 원액은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지나야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연산이 높은 위스키가 비싸고 귀한 이유는 간단했다. 오크통에 들어간 원액은 1년에 1%씩 오크통에 흡수되거나 증발돼 12년이 지나면 최소 20% 이상이 줄어 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를 블렌딩(blending)하는 머레이 씨는 “위스키 블렌딩은 마치 요리와 똑같다”고 했다. 언제나 모두에게 통하는 똑같은 맛을 항상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의무이자 숙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윈저는 철저히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계산한 위스키이다”면서 “스카치 위스키는 대개 오크향이 강하지만 윈저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고 했다.

실제로 윈저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와 머레이씨의 공동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라크나가 증류소에서는 1주일에 1만ℓ, 1년에 평균 50만ℓ의 위스키 원액을 생산하고 있다. 윈저 브랜드가 사용하는 원액의 10% 안팎을 공급하는 중이다. 6개의 산맥에서 내려오는 물과 보리를 주 원료로 위스키 원액을 만든다.
특히 석탄향의 보리와 물이 품질을 결정 짓는 주요 요소라는 후문이다. 증류소에서 5마일만 벗어나도 물 맛이 다르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내 증류소를 따라 잡을 지역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