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NHN 개발자 행사 '데뷰2011(DeView2011)' 콘퍼런스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김정민 이사는 "NHN 소프트웨어 양성 아카데미 '넥스트'를 2013년 설립해 졸업생들이 NHN,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관련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데뷰2011은 개발자 간 기술 공유를 위한 국내 대표 SW 개발자 콘퍼런스로 지난 9월 말 사전접수에서 8시간 만에 3000명이 조기 매진되는 등 성황을 이뤘다.
―SW 양성 아카데미 설립 계기는.
▲대학이 기업에서 바로 쓸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대학은 학원이 아니고 그런 인재를 길러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학은 SW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것처럼 리버럴 아트(인문학)의 교육 등 비평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 본연의 자세라고 본다. 우리도 이런 차원에서 국내 대학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를 바라고 NHN 아카데미는 SW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직업교육을 시키고 싶다.
―SW 양성 아카데미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NHN SW 아카데미 넥스트의 이사회 승인은 지난 8월에 받았고 연내 재단법인을 설립해 내년에 부지를 마련하고 교수와 교원을 뽑고 커리큘럼 등 시스템을 만들어 2013년 초에 개교할 계획이다. 학생은 120명을 선발하고 전원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매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 업계의 요구가 있으면 협업을 통해 외연을 넓힐 것이며 졸업생들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NHN 등 관련 업종의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2년6개월이고 2년간은 합숙하다시피 교육을 하고 반년은 인턴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NHN에서 찾는 한국 SW 개발자의 비전은.
▲우리나라에서 SW만으로 규모가 큰 회사가 많지 않다. 개인용컴퓨터(PC), 서버 등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 SW를 부속물처럼 만든 역사가 15∼20년이 된다. SW가 독립적인 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인터넷 보급 덕분이다. 국내에서 SW가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0여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유아기에 있는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SW산업이 수년간 큰 사이클을 타고 있는데 국내 관련사업의 안정화를 위해 NHN 등이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SW 개발자 인력난과 조로현상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은데.
▲SW 인력난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980년대, 1990년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젊은 인재들은 의대, 로스쿨 등을 선호하고 전산·SW 관련 분야에는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줄었다. 한국, 중국, 인도, 터키 등의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미국의 SW산업 인력난을 메워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을 벤치마킹해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NHN에서는 6∼7년 전부터 베트남, 몽골, 중국, 일본, 루마니아 등 외국인과 중국 동포 출신의 많은 외국 엔지니어들이 일을 하고 있으며 성과도 높다.
―NHN의 최근 해외진출 성과는.
▲인터넷 세상의 콘텐츠는 영어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HN은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의 투자를 통해 한글 콘텐츠를 더욱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해외진출에서 일본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한국의 10배인데 지금까지 그 시장을 야후재팬, 구글재팬이 나눠 갖고 있었다. NHN은 수년 전에 일본에 진출했다가 준비 부족을 느끼고 3년을 다시 준비해서 2009년 재진출했다. 일본의 검색시장은 우리나라와 유사해 '라인' 서비스를 일본에서 먼저 시작해 한국에 역수입하고 있으며 중동,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3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또 NHN은 향후 10년 이상의 장기 전략으로 동남아, 중동 등을 타깃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모바일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모바일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요성을 갖게 됐고 내년에는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모바일은 PC의 연장선이다. 모바일 사업이 발전한다고 해서 PC가 죽지는 않을 것이다. 운영체제(OS)나 플랫폼이 뭐가 됐든 개인들은 세상과 편리하게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기를 원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단말기의 구분보다는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
―잡스 사망 등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급변하는데.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은 한 사람이 없다고 시스템이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경기에 사이클이 있듯이 ICT 업계도 사이클이 존재하고 그 사이클에서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모토로라, 노키아 등의 거대 기업들도 사이클에 잘 올라타지 못해 뒷걸음질치고 있다.
사실 승승장구하는 구글도 버즈, 웨이브, 구글TV 등 실패 사례가 없지는 않다. SW 업체에 성공과 실패는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런 실패에서 배우고 현실에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lkbms@fnnews.com임광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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