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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염치없이 또 내민 저축銀 피해보상책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27일 저축은행 예금자의 보상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한다. 이 개정안에는 후순위채 투자자에 대한 보상도 포함돼 있다. 보상 대상은 2008년 9월부터 2011년 말까지 영업정지된 19개 저축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다. 어처구니 없고 염치 없는 부끄러운 법안이다.

이 개정안은 부산지역 일부 의원들과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5월과 8월에 각각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접은 내용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마자 선심성 법안을 만들겠다니 말문이 막힌다. 피해자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유혹하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일 뿐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금융질서의 대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일반 예금자와 채권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반시장적 소지가 다분하다. 원칙을 허물고 법을 바꿔 소급 적용하면 법치주의가 설 자리를 잃는다. '떼법'이 통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터지면 이런 식의 보상책을 세워 구제해 주는 나쁜 선례가 된다.

개정안대로 19개 저축은행 예금자와 투자자에게 보상하려면 수천억원이 든다.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 더욱이 시중은행 예금이 금리가 높고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은행으로 몰릴 게 뻔하다. 비과세 예금은 오히려 저축은행의 새로운 부실 위험이 될 수 있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 예금자와 투자자 보상은 법이 정한대로 5000만원까지는 예금보험기금에서 지급하고 초과분은 파산 절차에 따라 법정 순서와 비율로 나눠 보상하는 게 순리다. 아무리 '금배지'가 중요해도 국회는 이 원칙을 뒤흔들어서는 안된다. 정말로 국회가 할 일은 재발 방지를 위한 빈틈없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