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건반악기라면 안 다뤄본 게 없는 사람이다. 포르테피아노, 모던피아노, 하프시코드, 오르간 그리고 현재 쓰이는 피아노까지.
즉흥 연주의 대가, 음악학자로도 불린다. 모차르트 미공개 즉흥곡을 200여년 세월을 뛰어넘어 복원, 세상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로버트 레빈. 지난 2007년 여류 피아니스트 킴 카쉬카시안과 듀오 리사이틀, 2008년엔 모차르트 독주회로 한국 관객과 만났던 그가 이번엔 작정하고 독일 고전 거장들의 곡으로 귀환한다. 그러니 3년 만이다.
그는 10대 전설적인 음악교사 나디아 불랑제를 사사했고, 하버드 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자마자 루돌프 제르킨의 추천을 받아 20대 초반 커티스음악원 이론학 수장이 됐던 화제의 인물. 레빈은 주도면밀한 음악이론가이자 실전 피아니스트.
첫 내한 당시 서울대서 펼쳤던 모차르트 즉흥 연주 강의를 들은 애호가들은 그의 열성팬이 됐다. 이듬해 로버트 레빈은 다시 내한, '올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모차르트 즉흥 연주를 15분가량 들려줬다. 이대욱 한양대 교수는 그에 대해 "징그러울 정도로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기계적이거나 판에 박힌 연주를 비판하면서 상상력을 불어넣는 연주자"라고 평한다.
로버트 레빈이 이번에 고른 레퍼토리는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이다. 그는 이번 무대서 스타인웨이 모던 피아노로 연주한다. 첫날 21일에는 바흐의 곡만으로 꾸민다. 영국모음곡 2번과 '푸가의 기법' 중 4개의 캐논, 이탈리아 협주곡, 영국모음곡 6번을 선보인다. 23일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향연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30과 K576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작품 16번과 28번을 번갈아 연주한다.
한편 이번 리사이틀이 호암아트홀의 마지막 문화 공연이라는 점에선 아쉽다.
1985년 개관한 호암아트홀은 클래식, 무용,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강북 대표 문화 명소로 역할을 해왔다. 호암아트홀 소유주 삼성생명은 2002년부터 이 홀을 위탁경영해온 크레디아와 연말까지 계약을 종료하고 내년부터 종합편성채널 jTBC에 장기 대관한다. 호암아트홀의 푸른빛 포근한 객석에서 클래식 선율에 빠져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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