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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동유럽 최대 가전社 뚫었다

포스코가 '철(鐵)의 장벽' 유럽시장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 9월 터키에 유럽 첫 생산거점인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이번엔 동유럽 최대 가전업체에 강판 장기공급 계약을 따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6대주를 3개축으로 잇는 글로벌 확장 전략(유에이아이·UaI)'을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다. 이 전략은 △동유럽·인도·동남아·중국을 아우르는 U라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미지의 개척지 A라인 △북미에서 브라질을 잇는 I라인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동유럽은 'UaI'의 중요한 거점이어서 이번 가전업체 공급용 장기계약 체결이 큰 의미가 있다.

포스코는 슬로베니아 벨레녜에서 유럽 메이저 가전사인 고렌예와 3년간 강판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유럽 현지 가전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말 포스코가 폴란드에 첫 철강가공센터를 짓고 유럽시장 개척에 나선 지 4년 만이다.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고렌예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 회사로 보쉬지멘스, 일렉트로룩스 등과 함께 유럽의 5대 유명 메이커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고렌예와 거래를 시작했다. 기존 거래처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 유럽업체의 관행에 막혀 장기 공급에 번번이 실패했으나 포스코의 끈질긴 노력 끝에 스팟(spot) 거래로 소량만 공급받던 고렌예가 포스코 강판의 품질을 인정하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장기 공급계약은 유럽지역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에 쓰이는 전기아연도금강판, 냉연강판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며 "특히 세계 경기침체로 가전시장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계약이 성사돼 더욱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동유럽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유럽 현지 가전사로도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슬로베니아 코퍼항에 있는 연간 물류처리 능력 50만t 규모의 포스코 물류기지(POSCO-ESDC)를 활용해 보관, 운송 등 물류서비스를 높여 유럽 가전사로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현지 철강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선 유독 고전해왔다. 또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주력으로 확대하면서 유럽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워낙 메이저 업체들의 시장장악력이 높은데다 거래처 변경 등에 배타적이고 지리적 여건상 불리한 납기, 높은 물류비 때문에 포스코도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 메이저 가전 및 자동차메이커 등 수요업체들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동유럽에 집중적으로 진출하자 포스코도 이 시장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중국산 저가제품이 밀려들고 현대제철 등 경쟁사와 내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스코는 제품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가야 할 처지였다.

정 회장은 계열사로 편입한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동유럽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렸고, 올해 큰 건들이 하나씩 터졌다. 우선 포스코는 유럽시장 교두보로 터키 이스탄불 인근지역에 3억5000만달러를 투자, 2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의 유럽 첫 생산기지다.

이어 이달 1일부로 자원개발, 철강 미개척지인 러시아에서 포스코 현지법인(포스코-RUS)도 출범시켰다. 유럽시장 확대는 물론 현지 메이저 철강사 등과 자원개발, 철강사업 합작 등을 위해서다.
이뿐 아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사를 둔 유럽계 다국적 석유기업인 셸(Shell)에 해양플랜트용 고강도 후판(두꺼운 철판) 독점 공급 계약을 따낸 것도 유럽시장 개척과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기술력과 품질, 가격경쟁력, 연구개발(R&D) 역량 등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