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갈매기''오이디푸스'…. 불후의 고전 명작들이 연극 무대 곳곳을 누빈다.
김성녀,손숙.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다. 이 묵직한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눈에 띈다.
'대학살의 신' '잠못 드는 날은 없다'. 지난해 국내 연극계를 히트했던 화제작도 연말 무대를 달군다.
연극계가 어느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이달과 다음 달 눈에 띄는 연극 트렌드는 '고전 명작의 향연'이다. 입시를 끝낸 수험생,고전 스터디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유익하지만 성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여전히 강렬하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연극 '레미제라블'은 '정통연극'의 부활을 표방한 2시간40분짜리 대작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빵 한 조각 훔쳐 19년간 옥살이 끝에 중년의 나이로 출옥한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내용이다. 대학로 터줏대감 '50대 연기자그룹'이 주축이다. "저가의 값싼 코미디로 몰리는 대학로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연극 정신을 일깨워보겠다"는 게 제작진, 출연진의 포부다. 박장렬 연출, 오현경 박웅 정상철 이승호 등 원로·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작품의 작가는 러시아 출신 안톤 체호프다. 그의 '갈매기'는 19세기 제정러시아 말기를 배경으로 여배우 아르카지나, 연인 트리고린, 배우를 꿈꾸는 니나, 연출 지망생 트레플레프 등 13명의 얽히고 설킨 사랑과 인생을 다룬 이야기다. 극단 맨씨어터가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올리는 '갈매기'는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 시선을 끌 것 같다. 객석 1층을 과감히 포기한 27m의 웅장한 무대가 관객을 맞는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색소폰의 선율도 익히 봐온 '갈매기'와 다른 점이다. 연극 '레드'를 연출한 오경택, 연극 '됴화만발'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가 함께 만든다. 개성파 배우 박해수가 트레플레프, 전미도가 니나역을 맡는다.
올해 초 국립극단이 창단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 연일 매진사례로 기염을 토했던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8일 시작, 오는 27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한 비극적인 신화 속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연출가 한태숙은 감각적인 무대와 함께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차유경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했다.
'햄릿'의 코믹한 현대 버전도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시작하는 '연극열전 시즌 4'의 첫 작품이 영화감독 장진의 '리턴 투 햄릿'이다. 장진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햄릿' 마지막 공연을 끝낸 배우들의 백스테이지 이야기다. 다음 달 9일 서울 동승아트센터 동승홀에서 내년 4월 8일까지 장장 5개월간 대장정을 펼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성녀, 손숙 묵직한 두 여배우의 연극 나들이도 기대감을 키운다.
김성녀가 출연하는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은 윌리엄 포크너의 원작 소설을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어느 흑인 수녀를 위한 진혼곡'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 때문에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한 백인여성 템플, 그녀의 딸을 살해해 교수형을 선고받은 하녀 낸시, 이 흑인 하녀를 변호하는 백인 스티븐슨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극이다. 김성녀가 맡은 역은 극중 20대인 템플이다. 국내 대표 연출가인 김정옥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한 그의 100번째 연출작이라는 점도 이 작품에 무게감을 싣는다. 1969년 초연됐고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손숙은 자신의 이름을 건 모노드라마로 연극 무대를 밟는다. '예술의전당 명배우 시리즈' 첫 번째로 선보이는 손숙의 '셜리발렌타인'은 1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 1994년 초연,2005년 앙코르 공연에서도 손숙이 주인공을 했다. 답답한 일상을 과감히 뿌리치고 자신을 찾아 떠나는 40대 중년주부의 유쾌한 일탈이 줄거리다. 15명의 목소리를 손숙 혼자서 감당해낸다.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의 작품.
지난해 히트작의 연말 귀환도 반갑다. 극단 신시의 '대학살의 신'은 지난해 4월 국내 초연후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던 작품이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면서 펼쳐지는 소소한 부부 간 논쟁을 통해 부르주아 계층의 허위의식을 꼬집는다. '아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국내에선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서주희, 이대연, 박지일, 이연규 4명이 출연한다. 다음 달 17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될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도 지난해 히트작이다. 뚜렷한 클라이맥스 없이 주로 대화방식으로 현실문제를 섬세하게 표현해온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라의 2008년작. 말레이시아 리조트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통해 은퇴 이민, 이지메 문화, 히키코모리 등 일본의 우울한 자화상이 차분한 호흡으로 그려진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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