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왕'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전 국무총리)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전과 열정의 파란만장한 84년의 삶을 내려놓고 영면에 들었다. 지난 13일 타계한 고인의 장례는 5일간 사회장으로 엄수, 지난 17일 영결식이 거행됐다.
그의 삶은 굴곡지고 어려웠던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오롯이 같이한다. 용광로보다 뜨겁게 격동기를 살아온 일꾼으로의 삶이다. 1927년 경남 동래 작은 갯마을에서 맏아들로 태어나 일제식민지, 6·25동란 참전, 5·16군사 쿠데타, 한·일기본협약 체결,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사장, 포항·광양에 제철소 건설, 포스텍 및 초·중고교 15개 설립, 4선 국회의원, 국무총리 등 그가 걸어온 군인, 정치인, 기업인, 교육자로서의 삶은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라는 그의 좌우명으로 대변된다.
1960년대 말 포항제철을 지을 당시,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성장시킨 그의 '제철보국', 조상의 핏값으로 짓는 제철소를 절대 실패해선 안된다는 '우향우정신'의 강인한 리더십은 한국 철강산업을 키웠고 국가경제 재건의 토대를 쌓은 신화로 남았다. 그는 또 단 한 주의 회사 주식도 갖지 않고 자신의 재산도 사회에 기부하는 등 한평생 사욕을 차리지 않는 청렴한 경제인의 삶과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보국'의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17일 오전 엄수된 고인의 영결식은 내내 눈물로 젖어 숙연했다. 이날 오전 7시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에서 발인 예배 후 8시30분께 1500여명의 포스코 직원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20여분간 열린 추모식에서 "애국심을 갖고 일해 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들어 이제 남은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편안히 영면하십시오"라는 추도사가 퍼지자 식장은 눈물로 젖어들었다.
이어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모리 전 일본수상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태극기로 덮인 영구를 든 국군 의장대가 고인이 생전에 받았던 충무무공훈장 등을 앞세우고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조문객들은 모두 일어서 고인에 대한 예를 표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조사에서 "식민지, 해방, 분단, 전쟁, 폐허, 절대빈곤, 부정부패, 산업화와 민주화, 수평적 정권교체, 외환위기 극복 등으로 이어진 20세기 조국의 시련과 고난을 온몸으로 뚫고 나아간 당신의 삶은 늘 우리 시대의 구심점이었다"며 "고생만 하신 당신을 편안히 쉬게 해드려야 합니다"라며 애통해했다.
생전에 고인의 위인전을 쓰며 그를 아껴왔던 조정래 작가는 전날 원고지에 직접 펜으로 쓴 조사를 읽으며 "당신은 이 나라 경제의 아버지이자 우리의 영원한 사표이자 보물입니다. 앞으로 박태준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이 땅에 얼마나 될까···"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제 누구와 말벗을 하오"라며 "나라를 이렇게 키워놓은 당신을 존경한다"면서 복받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의 추도사를 끝맺었다.
장사익의 조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가 절절이 장내에 퍼지자 조문객들의 눈시울은 젖어들었다.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에서 "어떻든 하여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시키고 말아야 된다는 아주 굳은 결의를 가지고 했죠"라는 젊은 시절, 고인의 카랑카랑한 흑백영상에 이어 "청춘을 바쳤던 그날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의 역사 속에, 조국의 현대사 속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면서 "제대로 못 챙겨줘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고인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육성이 퍼지자 영결식장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헌화와 묵념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고 고인의 시신은 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으로 운구됐다.
유공자 3묘역에 마련된 장지의 하관식에서 유족과 장례위원들이 한 움큼의 흙을 허토하면서 고인은 파란만장한 84년의 삶을 내려놓고 영면에 들었다. 그의 영원한 스승이자 동반자였던 박정희 대통령 곁에서다. 이어 현충원 묘비 위로 군의장대의 조총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조문객들은 추운 날씨 속에 이날 고인의 안장식을 말없이 지켜봤다. 고인의 관을 감쌌던 태극기는 유족에게 전달됐다.
지난 13일 타계 이후 닷새간 사회장으로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고인의 빈소와 전국 분향소에는 8만명이 조문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 조은효 예병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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