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디스 이즈 모던 3'…모던 발레 거장들 안무 한자리에
국립발레단 '지젤' 매진 신드롬 계속?…신예 이은원·이재우 첫 오프닝
유니버설발레단이 다음달 공연에 올릴 '디스 이즈 모던 3'중 이리 킬리안의 안무작 '프티 모르'.
발레가 다시 날아오른다. 연말 '호두까기 인형' 이후 휴지기를 가졌던 국내 발레계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올해는 난이도 높은 대작들이 어느해보다 많다. 2012년을 '발레의 해'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격을 갖춘 발레가 줄줄이 예비돼있다. 해외 유명 발레단은 잇따라 한국에 발을 내딛고, 국내 발레단은 검증된 걸작들을 앞서거니 뒤서기니 경쟁을 펼치며 무대에 올린다.
올 발레 대향연의 첫 대결은 '모던'과 '낭만'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3', 국립발레단의 낭만 발레 '지젤'이 올해 발레 첫 무대를 장식한다.
다음달 18일과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디스 이즈 모던 3'는 모던 발레 거장들의 작품 모음 공연이다. 체코 출생으로 '현대 발레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이리 킬리안(65),미국 출신의 독보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63), 이스라엘 국보급 안무가로 칭송받는 오하드 나하린(59).이들 세명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리 킬리안은 1970년대 모던 발레의 기수 모리스 베자르,롤랑 쁘띠,존 크랭코를 잇는 주자다. 슈튜트가르트 발레단을 거쳐 지금은 네덜란드 댄스씨어터에 몸담고 있는 그는 쉽게 자신의 작품 공연권을 허용치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처음 공연권을 허가받아 15분짜리 '프티 모르'와 10분짜리 '세츠 탄츠'를 무대에 올렸다. 첫 무대라 완성도 면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킬리안의 안무에 대해선 감탄이 쏟아졌다. 그의 작품은 유머가 넘치고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포착한다.이번 무대에선 무용수들이 이 안무를 얼마나 업그레이드 시킬 지가 관건이다.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더 미들'과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안길만한 작품들이다. 이미 두어차례 공연에서 관객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포사이드는 이리 킬리안,피나 바우쉬와 더불어 1980년대 현대 무용계를 대표해온 안무가다. 무대는 '꽝'하는 금속성 소음으로 열린다. 까만 무대를 배경으로 몸에 딱 붙는 녹색 옷을 입은 9명의 무용수들은 예측불허의 동선이다.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스피드한 안무다. 20여개 의자에 앉은 무용수들이 기관총을 맞은 것처럼 차례로 자리에서 튀어오르는 동작이 압권이다.
국립발레단의 '지젤'공연 한 장면.
1962년 창단후 사상 처음으로 전석 매진의 기록을 안겼던 낭만발레 '지젤'을 국립발레단은 올해 첫 작품으로 골랐다. '지젤'은 1841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서 초연된후 낭만 발레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국내선 러시아 버전 '지젤'은 숱하게 공연됐지만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은 지난해 무대가 처음이었다. 올해도 이 발레단의 파트리스 바르부 예술감독 안무로 올려진다. 간결한 표현을 중시한 러시아 버전과 달리 프랑스판 '지젤'은 섬세한 디테일과 정확한 테크닉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무용수들에겐 해내기 힘든 춤이기도 하다.
'지젤'은 3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5회로 진행된다. 최근 확정된 캐스팅을 보면 신예 이은원-이재우가 전면 배치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지난 연말 '호두까기 인형'에서 마리·호두왕자역으로 커플 주역 데뷔를 했다. 이제 발레리나 이은원의 시대가 온 걸까. 선배 발레리나 김지영·김주원이 독점하다시피한 오프닝의 바통을 이번엔 이은원이 넘겨받는다. 이은원-이재우는 1일 오후 3시 공연 첫 무대에 선다. 지난해 '지젤' 매진 공연의 주역 김지영은 이동훈과 함께 2일(오후 8시)과 공연 마지막날인 4일(오후 3시) 두차례 공연을 갖는다. 김주원-이영철,박슬기-정영재는 각각 3일 오후 3시,오후 7시30분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인 국립발레단은 2001년 아시아 초연으로 화제를 뿌렸던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스파르타쿠스'를 4월, 안성수 안무의 창작 신작 '포이즈'를 6월에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4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의 대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7월엔 로열발레단 안무가 출신 케네스 맥밀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인다. 강수진을 주역으로 한 슈튜트가르트 발레단의 '까멜리아 레이디(4월)'를 비롯,러시아 키예프 모던 발레단의 '카르멘(5월)',아메리칸 발레시터터의 '지젤(7월)',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11월)'도 차례로 한국 무대에 선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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