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연금에 가입하고 싶지만 자녀들의 반대로 주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농지연금을 운영하고 있는 농어촌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농지연금은 고령농업인에게 농지를 담보로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제도 시행 1년만에 가입자 1000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아직도 자녀들과의 마찰로 가입을 하지 못하는 농업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자녀들이 부모의 생활비를 모두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지연금 가입에 반대하는 자녀들을 보면 사실 그들이 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져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면서 자신들이 나중에 물려받을 재산을 고려해 농지연금 가입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자녀들이 부모봉양을 꺼리는 추세는 잘 드러난다. 조사대상자 중 '자녀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고 답한 비중이 1998년 89.9%였던 것이 2010년에는 36.0%로 크게 떨어졌다.
부모부양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의 4분의 1가량이 2030년 희망하는 가족의 모습으로 복지제도가 발달해 부양부담이 없는 부모자녀관계를 원한다고 답한 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복지제도가 발달해 부양부담을 모두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모봉양은 부담스러워하면서 은연 중에 부모의 재산을 자신의 것과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봉양을 복지제도로 해결해야한다는 생각 이전에 부모봉양은 피하고 싶으면서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히 여기는 모순된 생각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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