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이 사라지면 일자리 수백개가 사라집니다."
"재벌들은 빵집을 안 해도 먹고살지만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재벌 빵집의 불똥이 서민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 2·3세의 빵집 등 소상공인업종 진출 실태조사를 주문한 후 재벌들이 앞다퉈 빵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신라호텔 자회사인 보나비는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의 사업을 중단키로 했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도 블리스의 베이커리 브랜드인 '포숑'을 철수키로 전격 결정했다. 관련사업 중단으로 전문인력인 파티셰(patissier·제과제빵기술자)들이 대거 백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대기업의 확장을 막는 동안 정작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 것. 일부에서는 대기업 단속하다 서민 일자리를 죽이는 탁상행정을 펼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벌 빵집의 철수로 최소 500명의 파티셰와 지원부서 인력이 백수로 전락할 위기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점포 확장 역시 주춤해 재벌 빵집사업 철수 후 이들의 재취업 기회는 요원하다.
실제로 블리스에 근무하는 파티셰는 70명가량이며 매년 수십명의 파티셰만 새로 고용해 온 보나비의 아티제에는 250명이 근무 중이다. 전문인력들의 백수 전락과 함께 신규 일자리마저 사라지는 것.
이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벌 2.3세에게는 취미지만 빵집 운영자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발언과도 배치된다. 재벌 빵집이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도 실제 매장 수나 이들이 입점한 상권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보나비의 아티제는 매장 수가 27개, 블리스의 포숑은 7개에 불과하다. 상권 역시 호텔이나 백화점 내 입점이 많아 동네 상권과의 직접적인 경쟁과도 먼 이야기다.
블리스의 경우 지난달 31일 포숑 사업 철수를 발표한 후 발 빠르게 관련 사업부문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나비의 아티제는 철수 발표는 빨랐지만 그 형태 및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이다.
신라호텔 측은 "사회와 종업원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의 고용승계를 낙관하지 않는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모 호텔이 컨세션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셰프들이 대거 백수가 됐지만 이들의 재취업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며 "현재 베이커리 1위인 파리바게뜨에만 6000명이 넘는 파티셰가 근무 중인데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매장 수 확대가 정체되면서 신규 채용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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