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향력 있는 작가의 한 명으로 손꼽히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낯선 독일 출신의 미국 여성 작가 에바 헤세(1936~1970)와 만날 수 있는 '에바 헤세-스펙터스 & 스튜디오워크' 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04년 헤바 헤세의 국내 첫 전시를 기획했던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34세 젊은 나이에 요절한 에바 헤세의 초기 회화와 조각 등 3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장 1층에는 에바 헤세가 1960년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 그린 20여점의 회화 작품이 꽉 들어차 있다. 유령 같은 모호한 형태의 여성 이미지가 거친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표현된 이들 작품은 작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화상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유대인으로 겪었던 어린시절의 불행과 부모의 이혼, 어머니의 자살 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에바 헤세는 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한 지 딱 10년 만인 1970년 뇌종양으로 요절했다.
전시장 2층에는 1960년대 중·후반 제작된 조각 작품들이 회화 작품 일부와 함께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되는 그의 조각 작품들은 라텍스, 유리섬유, 면직물 등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재료들을 사용해 이른바 '부드러운 조각'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 (02)735-8449
정순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