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선거운동이 허용되면서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3000만명 시대와 가입자 4000만명이 넘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들의 급성장까지 겹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거 파급력은 '시계 제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사회적 분위기는 SNS가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층의 참정권 행사를 독려하고 다양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순기능적 측면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 이면에도 소셜 미디어 선거정국은 여론 호도 등 갖가지 폐단이 우려되지만 진위를 확인하고 난 다음은 이미 선거가 종료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소셜 미디어 선거 '여론 쏠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SNS나 포털, 블로그 등을 통한 자유로운 선거운동은 일단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이끌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지난 총선 투표율이 46.1%였는데 과반수가 정치적 틀에서 이탈했다는 것은 한국정치의 심각한 위기였지만 다행히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SNS를 매체로 정치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투표 참여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SNS를 통해 선거 관련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쉬워지는 만큼 선거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가 높아져 결국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젊은층의 투표 독려 운동이 지지세가 약했던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그러나 SNS 선거정국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여론의 쏠림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당학회 관계자는 "SNS가 '즉시성'이란 특성 때문에 수용자들이 시간을 두고 사색하는 기능을 마비시키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는 경향이 있어 특정 논리만을 확대재생산해 내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SNS는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 굵직한 사안들을 관통하며 큰 위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민심의 향방을 파악하는 척도로 긍정적 기여를 한 측면도 있지만 무분별한 허위사실들이 유포되고 재생산돼 '괴담의 진원지'라는 비판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싸이월드 등 SNS의 초상권침해.명예훼손 등의 적발 건수는 2009년 54건에서 지난해 780건으로 14배 급증했다. SNS를 악용한 후보자 사칭 문제도 대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시 특정 후보자 명의로 허위 트위터를 개설해 후보자인 것처럼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며 "사이버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될 경우 비방,흑색선전으로 흘러갈 수 있어 이런 문제들은 규제를 통해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SNS 선거 문화, 갈 길이 멀다
SNS 선거운동이 전면 자유로워졌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대응은 표피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처벌 강화에 집중될 뿐이다.
이번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대가를 받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문자나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이른바 '선거 알바'는 받은 돈의 최대 50배를 물도록 강화됐다. 선거 당일 인터넷 선거운동은 금지하지만 투표소 인증샷을 게시하는 건 허용했다.
선관위도 SNS 관련 선거 대책으로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행위, 미성년자 등의 선거운동, 여론조사결과 조작 등 명확한 위법 행위만 단속할 방침이다.
방통심위가 SNS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해 규제에 나섰지만 사회적 반발이 심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SNS에서 형성된 정치적 편향성의 정보가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거나 잘못된 선거 결과로 이어지는 근본적 병폐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SNS가 보수.진보의 구분이라기보다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현 권력에 불만을 털어내는 공간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유럽과 달리 정당 정치가 약한 한국 정치 문화를 볼 때 SNS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SNS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의 경우 20~30대 젊은층이 대다수라 진보적 성향으로 쏠리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한국 정치 풍토와 맞물려 SNS가 건전한 정치 문화가 자리잡으려면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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