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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성공 DNA는] (33) 경동나비엔

[우리회사 성공 DNA는] (33)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은 미국 냉동공조협회 주관으로 지난 1월 말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열린 'AHR EXPO 2012'에 참가해 미국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참가자들이 경동나비엔 부스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08년 가을 어느 날. 경동나비엔이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미국 법인 'NAVIEN AMERICA'를 설립하고 시장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한 지 2년가량이 지난 시점이다. 현지 법인과 국내 본사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진출 초기에 이렇다할 판매량을 보이지 않던 온수기의 주문량이 2008년부터 점차 늘어나더니 그해 가을로 넘어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량을 댈 수 없을 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기존에 선박으로 운송하던 방식으론 도저히 납품시기를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동나비엔 관계자들은 머리를 짜낸 끝에 아예 바다가 아닌 하늘을 통해 온수기를 수송키로 결정했다. 졸지에 온수기가 비행기를 타는 호강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해 항공기로 수송한 온수기 수 천대의 물류비용만 8억원가량 들었다. 당시 미국 내 순간온수기 시장은 린나이, 노리츠, 다카키 등 기술력이 쟁쟁한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미국에 진출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해 경동나비엔은 미국시장에서 당초 기대치의 3배에 가까운 2만대가량의 온수기를 팔았다.

■경동나비엔 없이 수출 '없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온수기 중 최고의 열효율인 98.8%의 성능과 스테인리스 일체형 열교환기를 적용해 내구성과 설치를 쉽게 설계한 점 등이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끄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며 "제품 선택에 깐깐하기로 잘 알려진 미국 소비자들이 (경동나비엔 브랜드에)그렇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Top Ten USA'가 발표한 가정용 순간 가스온수기 고효율 제품 리스트엔 경동나비엔 브랜드가 용량별로 모두 1위에 올랐고 현지에서 판매되는 12개 모델이 '톱텐(Top Ten)'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제품 기술력과 차별성, 마케팅 전략 그리고 평판 등은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나비엔 콘덴싱 온수기'가 60.6%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이는 국내 보일러 업계 최초로 해외 수출 '1억달러 탑'을 수상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됐다.

미국뿐만 아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1992년 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에 보일러를 수출하며 해외 첫 포문을 열었고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세우는 등 지금까지 수출국가만도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30여개 나라에 이른다.

수출 실적은 매년 15~25%가량씩 성장하며 2009년 774억원이던 것이 2010년엔 964억원으로 190억원이 늘었고 지난해엔 1107억원으로 100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비중은 35%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국내 보일러 및 가스온수기 전체 수출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은 73%로 절대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해외에 수출되는 보일러 10대 중 7대가량은 '경동나비엔' 브랜드로 나가는 셈이다.

경동나비엔 최재범 대표이사는 "영국, 스페인 등에도 콘덴싱보일러를 수출하며 시장 진입 고리를 마련했고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미개척 지역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도약

경동나비엔은 지난 2009년 정부의 에너지효율향상 기술개발 사업인 '초소형 가정용 1kWe급 스털링엔진 열병합 발전 시스템 개발' 연구과제의 총괄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올 5월까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녹색에너지 기기로 기존의 도시가스 공급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설치방법이 보일러와 유사해 전환이 매우 쉽다.

현재 관련 시스템 연구는 1차 개발이 끝나 네덜란드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2011년 7월부터는 '그린홈 연계형 건물용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 개발 및 실증' 연구과제를 역시 총괄주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가정에서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도시가스를 이용해 발생한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발생시키는 열병합 발전장치다.
이 때문에 열효율이 높고 에너지 절감효과가 큰 대신 유해물질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일반 가정에서 전기와 가스 비용을 연간 최대 39% 이상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저감량은 약 1.26t에 달해 친환경 미래 에너지기기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경동나비엔은 콜센터인 행복나눔센터를 통한 365일-24시간 통합 서비스 제공, '전자 상담 매뉴얼'을 활용한 고객별 맞춤 상담, 애프터서비스가 끝난 뒤 내외부 점검을 통한 3단계 평가 시스템, 모바일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편리성 향상 등으로 고객 제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