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마케팅 골퍼였지만 이제 진짜 골프 프라이빗뱅커(PB)가 돼야죠."
KDB대우증권 PB마케팅부 서유정 프로(사진)는 증권가의 마케팅 골퍼 최초로 증권자격증을 따내며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지난 2009년 이후 증권사들이 하나 둘씩 프로 골퍼를 채용했지만 아직은 VVIP들과의 라운드를 통한 레슨에 머물러 있는 상황. 하지만 서 프로가 이번에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이 같은 틀을 먼저 깨고 나선 것.
서 프로가 자격증에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전우승만큼 극적이다.
서 프로가 KDB대우증권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7월. 처음에는 여느 마케팅 골퍼들처럼 고객들과의 라운드가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산관리에 관한 얘기를 할 때마다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객들이 하는 얘기가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지 못했죠. 용어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명색이 증권사 소속인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표로 세운 것이 펀드투자상담사였다. 하지만 자격증 시험은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던 올해 1월.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결심한 이후 낮에는 고객들과의 라운드, 밤에는 자격증 준비를 하며 말 그대로 '주골야독'이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골프만 생각했던 서 프로에게 증권이란 낯설고도 어려웠다. 하지만 동영상 강의를 듣고 이해가 가지 않으면 타 부서에 물어가며 공부했고 여기에 프로선수 특유의 승부욕까지 더해지며 지난 2월 결국 펀드투자상담사 합격을 통보받은 것.
증권사 직원들도 1년 이상 준비해야 한다는 펀드투자상담사 시험을 6개월도 채 안돼 합격한 만큼 성취감은 남달랐다.
"거짓말이 아니라 프로에 합격했을 때만큼 기뻤습니다. 재대로 된 PB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자격증 취득 후 가장 달라진 것은 귀가 트인 것 같다고. "이젠 옆사람이 통화할 때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리더라고요. 헤지니 옵션이니 하는 것들요." 덕분에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높아지고 주위의 시선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새로운 자격증 취득도 도전하고 싶고요." 그린뿐만 아니라 증권에서도 프로가 된 '서유정 펀드투자상담사'의 각오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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