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고개를 숙이고 찾아옵니다." 캐니스터와 필러넥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코리아에프티의 현재 경영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친환경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코리아에프티 오원석 회장(사진)은 1일 "글로벌 톱 수준의 제품력과 가격경쟁력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현지법인들이 하나둘씩 본궤도에 진입하며 앞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코리아에프티의 주력제품인 카본 캐니스터와 플라스틱 필러넥은 친환경·고연비 관련 부품으로 완성차 업계의 트렌드와 직결된다.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8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시장 비중도 10%에 가깝다.
오 회장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종 10개 중 8개는 코리아에프티 제품을 쓴다"면서 "이번에 출시되는 K9에도 부품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서 코리아에프티의 진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회사를 찾은 일본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에프티의 플라스틱 필러넥을 보고 지금까지 왜 이 제품을 쓰지 않았나 후회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업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오 회장은 이달 열리는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동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오 회장은 "코리아에프티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해외 법인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리아에프티는 현재 중국과 인도, 폴란드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유럽시장의 폴란드 법인이다.
폴란드 법인의 경우 지난해 7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예상치 못한 환차손 35억원이 발생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바뀌며 오히려 환차익으로 전환됐고 실적 자체도 좋아지면서 대규모 개선효과가 기대되는 상황. 여기에 인도와 중국 법인도 실적에 탄력이 붙으며 올해 대규모 이익이 기대된다.
오 회장의 구상 속에 코리아에프티는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하는 회사다. 이 같은 목표는 해외 법인들이 제 몫을 하고 신규시장 진출 등이 뒷받침될 경우 조만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코리아에프티의 존재감은 회사의 위상에 비해 크지 않다. 여기에는 기업공개(IPO)가 아닌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를 통해 상장을 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오 회장은 스팩을 통한 상장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코리아에프티는 지난 1996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결국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면서 "하지만 정작 상장 이후 실적공개, 배당, 자사주 취득 등 주주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코리아에프티의 상장일이 올해 초였던 관계로 지난해 실적을 스팩 순이익인 5억원으로 인정받았기 때문. 따라서 매년 3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해오던 코리아에프티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오 회장은 앞으로 시장 평균 이상의 배당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회장은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부품업체도 현지에 공장이 있어야 입찰이 가능하다는 것.
오 회장은 "해외로 진출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앞으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며 "코리아에프티가 항후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얘기하는 근거도 해외 진출을 충실히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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