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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현장 챙기는데 더 바빠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현장 챙기는데 더 바빠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2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세계 최대 크기인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착공행사(강재 절단식)를 가졌다. 이날 본 행사에 앞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 두번째), 성만호 노조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은 프레데리크 덴마크 왕세자(오른쪽 세번째), 메리 왕세자비(오른쪽 네번째), 보 세럽 시몬센 머스크 기술총괄(오른쪽 다섯번째)과 함께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거제(경남)=정상균 기자】 취임 40여일째를 맞은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57)은 요즘 현장을 챙기는 데 바쁘다. 지난달 4일 취임 이후 고 사장은 서울사무소 임원들에게 "당분간 현장에 있으면서 직원들을 만날거니까 날 내버려둬라"고 했다. 6개 총괄(부사장 4명, 전무 2명)들이 각 부문의 경영을 책임지고, 자신은 '조선소장' 역할로 현장과 해외영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다. 고 사장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교대하는 근무자 등 직원들과 늦도록 만나 일하는 데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챙기고 재료 수급, 납기 등에 문제가 없는지 등 현장 돌아가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서울사무소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 사장은 지난 12일 옥포조선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경제상황 및 조선 산업 현안 등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날은 옥포조선소에서 덴마크 국적의 글로벌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세계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강재 절단식(선박에 쓰이는 철강재를 처음 자르는 행사)에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직접 참석한 특별한 날이었다.

"저는 조선소에 새로 취임한 새내기 사장입니다. 초보운전을 하고 있죠. 제가 (사장 취임 전) 맡았던 영업 분야는 회사의 전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약 10% 될까말까 합니다. 그래서 노조도 더 잘 알아야 되고 수요공급, 서플라인 체인(부품공급망)은 물론 협력사, 직원교육 등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새내기 CEO'로 자칭한 고 사장이 현장에 있는 이유다. 그는 "불가피한 경우 아니면 서울 쪽에 제가 가야할 일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하면 현장에서 구성원들과 같이 소통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경영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1980년 입사 이후 20년 넘게 해외 영업 쪽에서 일한 고 사장이 수십년간 굳어진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현장에서부터 바꿔보자는 것이다.

고 사장은 "우리는 '적당하게'하는 보신주의와 같은 과거 공기업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시장은 세계 톱클래스인데, 과거 공기업이나 공조직과 같은 자세와 생각을 갖고 있으면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가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품격있는 토론이 가능한 노사관계를 희망한다"고 했다. '고재호 사장 체제'가 안착되면 관료적인 조직문화 쇄신과 노사관계의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에 고 사장과 동행한 성만호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고용,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며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보더라도 노조가 투쟁 일변도로만 갈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나가면 현장도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어려운 조선 경기에 관련, 고 사장은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울 때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어두울 때가 동트기 직전입니다. 지금이 그때죠. 그래서 전체 상황을 보면 꼭 비관적은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은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상선 수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스크러빙(선박 해체)이 많이 이뤄지는 등 시장 메커니즘(원리)이 작동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렇게 공급 쪽에서 조정이 되고 나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철강협회장)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보다 더 힘들다'라고 토로한 것과 관련, "철강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상선 쪽 발주가 거의 없어 어려운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나은 부분이 해양 부문인데, 이쪽도 수지가 많이 남는 노다지는 아닐 것"이라며 "함께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묘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고 사장은 옥포조선소를 찾은 프레데리크 덴마크 왕세자와 메리 왕세자비 부부를 각별히 응대했다. 덴마크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덴마크 선사인 AP몰러-머스크가 인도해 간 배만 19척, 현재 우리가 수주해 짓고 있는 배가 26척으로 금액규모로 보면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라며 "특히 최근에 덴마크 국영회사인 동(DONG)에너지가 발주한 고정식 시추설비(원유생산 플랜트)를 수주(5억6000만달러)했는데, 처음으로 북해에서 수주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이정표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이날부터 본격 건조해 내년 중반 첫번째 배를 인도한다. 지난해 AP몰러-머스크로부터 같은 급의 선박 20척을 38억달러에 수주했다.

skju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