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아홉번째로 연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열정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기업가 정신'으로 수많은 세계 일등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세계에 '메이드인 코리아' 열풍을 불게 했다. 하지만 무역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 등 차세대 일등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분야 활성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위협받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성장의 기반이 되는 주력 산업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실제 1970~1980년대의 성장 산업이 현재까지 주력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새로이 부상된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성조차도 약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수출 산업에 대한 신흥공업국의 추격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등 적극적인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하는 신흥공업국들이 우리의 수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2000년 2.5%에서 2011년 2.8%로 0.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중국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3.6%에서 9.3%로 급성장했다.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유화·선박·전자·기계 등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현재 중국이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하이테크 시장도 잠식당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일류상품 조건은
주력산업 고유의 역할과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상 문제점을 고려할 경우 차세대 주력 제품은 우선 고성장 지속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높은 산업 성장세가 장기간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의 시장 수요가 받쳐 줘야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장기간의 로드맵 구상이 적용된 분야는 미래 한국 경제의 내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도 대규모 주력 제품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생산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제품이어야 한다. 주력 제품은 그 자체의 성장성도 커야 하지만 산업 간 부가가치 사슬에 의한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창출효과 등 다른 부문에 대한 파급 효과도 커야 한다.
핵심기술이 경제 전반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과거의 증기기관, 내연엔진, 최근 IT 등과 같이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기술이 경제 전반에 대한 긍정적 외부효과 창출을 의미한다. 미래 경제·사회적 트렌드에 적합해야 한다. 미래 예상되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중요한 트렌드를 감지하고 그 변화로부터 유발되는 수요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공업국들도 차세대 성장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데 국가별 중점 육성 산업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은 분야에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가적인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는 중국과 치열한 경합이 우려된다. 따라서 신흥공업국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하이테크 제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 1위 품목 131개
한편 지식경제부는 수출품목의 다양화·고급화와 미래 수출동력 확충을 위해 2001년부터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105개 기업이 선정됐다.
2011년 신규 선정된 세계일류상품은 96개(현재일류 46개, 차세대일류 50개), 생산기업은 105개사(현재일류상품기업 51개, 차세대일류상품기업 54개)로 집계됐다.
세계일류상품은 매년 현재 일류상품(세계 시장점유율 5위 권 이내)과 차세대일류상품(5년 이내 점유율 5위권 진입 가능)으로 나눠 품목과 생산기업이 선정된다. 시행 첫해 120개이던 품목이 591개로 늘어났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도 131개로 조사됐다. 특히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 상품인 현재일류상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9개 증가한 405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서비스·문화·농수산 집중 육성
지경부는 무역 2조달러 조기 달성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수출이 취약했던 서비스, 문화 및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세계일류상품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선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성장 도모 및 수출산업화를 위해 서비스 산업도 세계일류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1년 59.0%, 2004년 58.1%, 2008년 60.8%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경부 무역진흥과 신동준 과장은 "서비스 산업의 일류상품 자격, 선정기준이 새로 마련됨에 따라 내수 지향적이던 서비스 산업이 콘텐츠·교육·의료·전시·사업서비스 등 해외진출 유망 서비스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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