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사설] 하우스푸어, 실태조사가 관건이다

'하우스푸어'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도 단기 연체자의 이자를 감면하고 빚 상환을 미뤄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이 적용된다. '경매유예제도'는 은행뿐 아니라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런 하우스푸어 긴급 처방전을 20일 내놨다. 이번 대책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얼마나 악화됐으면 이런 단기 대응을 내놨을까 싶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상한선을 넘기게 된 대출이 증가했다. LTV 기준(수도권 50%·지방 60%)을 초과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 6월 말 48조원이다. 3개월 전보다 4조원(9.1%)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은 이 추세라면 LTV 기준 초과 대출은 연말에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주택담보대출 6가구 중 1가구가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가계부채 대란'이 아른거리는 상황이다.

거시적 안목의 추가 대책 없이 이것만 믿고 방치했다간 내성만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평균 LTV와 가구수, 주택 실거래가 등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관건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를 얼마나 정확히 가려내느냐다.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구간별 비율을 촘촘하게 분석하는 것은 필수다.

실태 조사가 마무리되면 단계적으로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위기를 진정시키면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무턱대고 재정 투입을 했다간 형평성 논란은 물론 또 다른 푸어를 만들 수 있다. 재정 투입은 최후의 카드다. 하우스 푸어의 주택 지분 일부를 정부가 떠안거나 배드뱅크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정부 재원을 넣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