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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R.ef, “늙었다는 생각도 의기소침한 적도 없다”[인터뷰]



국내에 레이브 음악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R.ef가 돌아왔다.

수많은 히트가수가 등장한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기를 과시했던 ‘전설의 그룹’ R.ef가 전작으로부터 8년 만인 오는 25일 새로운 싱글 ‘사랑을 모르나봐’를 발표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행보를 이어간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 가운데 가장 만족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다는 R.ef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들을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진심어린 컴백 포부를 밝혔다.

◇아무런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지난 1998년 공식해체 이후 2004년 디지털 싱글곡 ‘사랑은 어려워’를 발표하며 재결합을 알린 R.ef지만, 당시 실질적인 활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컴백은 무려 14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컴백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용기도 많이 냈다고 밝힌 R.ef는 “98년 해체 당시 아쉬운 점이 있었다”라며 “원치 않은 해체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고, 미련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컴백 계기를 밝혔다.

또한 R.ef의 보컬 이성욱은 “사실 방송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다운타운이나 밤무대 등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왔고 공백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번 앨범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단발성의 깜짝 앨범 발표가 아닌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다”라고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이와 더불어 성대현은 “그동안 우리가 하려고 했을 때는 잘 안됐는데 우연히 90년대 콘텐츠가 주목받으며 앨범이 나온 것을 보면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많이 노력하고 스스로 만족한 음반인 만큼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R.ef를 몰라도 ‘R.ef 노래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곡

90년대를 대표하는 R.ef였던 만큼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사랑을 모르나봐’와 ‘사랑공식’은 기본적으로 90세대로의 회귀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사랑을 모르나봐’와 ‘사랑 공식’은 각각 자신들의 대표곡인 ‘상심’과 ‘이별 공식’을 연상케 하며 과거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현재 세대에는 아이돌 음악과는 또다른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욱은 “사실 ‘상심’이나 ‘이별 공식’을 의식하고 곡을 쓴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나 (성)대현이가 가지고 있는 보이스 칼라나 느낌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노래를 해도 자연스럽게 R.ef다운 느낌이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대현 역시 “R.ef다운 느낌을 가지고, 편안하게 듣기 좋은 편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R.ef 몰라도 노래를 들으면 ‘왠지 이 노래 R.ef노래 같아’라는 느낌의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이번 앨범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젝스키스의 리더였던 은지원이 타이틀곡 ‘사랑을 모르나봐’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는 것으로, 시대를 풍미한 두 아이돌 그룹의 만남에 많은 90세대 음악팬들의 관심이 집중 됐다.


R.ef 성대현(사진=일오공 엔터테인먼트)

이에 대해 이성욱은 “사실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이미 6곡정도 곡 작업과 녹음이 된 상태로, 앞으로 후배가수들의 릴레이 피처링이 이어질 것 같다”라며 “이번 은지원은 물론이고 HOT 동생들부터 신화까지 많은 후배들이 선뜻 도와준다고 했고 주영훈 씨 역시 바로 곡을 써주겠다고 하더라. 주위 도움이 없었으면 컴백이 힘들었을 것이다. 다들 너무 고맙다”고 감사의 듯을 전했다.

◇노력으로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난 1996년 ‘찬란한 사랑’으로 활동할 당시 이성욱은 무릎을 꿇고 절규하는 듯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파격 퍼포먼스로 인해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이 R.ef를 대표하는 퍼포먼스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재현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성대현은 “(40대가 되면서) 뇌경색이나 혈압이 높아 강렬한 퍼포먼스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특유의 유머로 직접적인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부담되면 남들이 볼 때도 부담이 된다”라며 “지금은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불혹의 연륜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성대현은 “사실 (이)성욱에게 그 퍼포먼스를 준 게 제일 후회하고 있는 일로, 원래 내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도저히 못하겠더라”라고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성욱은 “어릴 적 웅변학원을 다닌 게 도움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록 장난스럽게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성욱은 “늙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항상 땀을 흘리고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의기소침한 적이 없다. ‘분명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일해 왔다”고 전성기 못지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R.ef (사진=일오공 엔터테인먼트)

성대현 역시 “노력으로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며 “밥 먹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이번 노래를 통해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가요계 전설다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후 계획에 대해 이들은 “‘뮤직뱅크’나 ‘인기가요’, ‘음악중심’ 등은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R.ef가 설 무대는 따로 있는 것 같다”며 “우리를 찾아주고 설 수 있는 무대라면 지방 시골이라도 다가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gagnrad@starnnews.com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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