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박근혜 ‘집 걱정 덜기’ 대선공약 현실성 있나

박근혜 ‘집 걱정 덜기’ 대선공약 현실성 있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내놓은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은 주택값 급락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전세금 급등으로 고통받는 '렌트 푸어'들의 목돈 마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20~40대 무주택자들에게 도심 유휴지를 활용해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의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근혜 ‘집 걱정 덜기’ 대선공약 현실성 있나

■주택시장 약자 '종합선물세트'

우선 렌트 푸어들을 위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임대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가 이자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한다. 우선 수도권 3억원 이하, 지방 2억원 이하의 주택임차계약을 하려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소득자에게 적용한다.

대출 부담을 떠안게 되는 집주인에게는 대출이자상환 소득공제 40% 인정, 3주택 이상을 소유한 경우 전세보증금 수입에 대한 면세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새누리당 측은 이 제도가 보편화되면 전세제도가 점차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를 위한 '지분매각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므로 집주인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공적금융기관은 사들인 지분을 기초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대상은 △1가구1주택 보유자 △수도권 6억원 이하의 주택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상한 80% 이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당초 주택가격이 4억원이었으나 현재 3억6000만원으로 떨어진 집이 있다고 치자. 집주인이 연리 5%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샀다면 한 달 원리금부담액은 지분을 매각하기 전 377만원에서 지분매각 후 127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가 이번에 제시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정책이다.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기숙사·복지시설·상업시설 등을 주변 시세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에서 월세로 영구임대하는 방안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에게 양질의 저렴한 주거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누리당은 내년 하반기 시범적으로 5곳에 1만가구를 착공하고, 향후 서울·수도권의 50곳에 19만가구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업 성과를 봐가면서 전세주택난이 심화된 전국 6개 광역시와 대도시로 확대 시행한다는 전략이다. 건설비용은 해마다 2조4600억원, 6년간 총 14조7000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주택기금으로 충당해 국민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세대책 등 일부 실효성 의문

박 후보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전락한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 등을 위한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과 실효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의 경우 전세보증금 증액에 필요한 자금을 집주인이 대출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세입자가 받아야 할 대출을 집주인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을 '착한 집주인'이 과연 있는가 하는 점과 집주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마땅히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우스 푸어를 위한 '지분매각제도'는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대출금 채무를 일부 사들이고, 월세 형태의 이자를 받겠다는 것으로, 하우스푸어에게는 원리금부담이 상당 수준 줄어든다는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의 상당수가 정상적인 가계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값이 추가로 떨어질 경우 지분을 사들인 공적금융기관마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유휴 철도부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은 '철로 위의 집'이라는 점에서 안전성과 소음 등 주거의 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9년 서울·수도권의 유휴 철도부지를 보금자리주택단지로 개발, 소형 임대아파트 2만가구를 짓는 계획을 내놓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중랑구 망우역 주변에 약 1200가구의 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지금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